“안정적인 공공기관이라고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해외투자부를 신설한 것은 공제회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죠. 또 공제회도 우리 사회 속에 있는 만큼 어려운 학생, 이웃들에 대한 소통과 배려는 당연한 것입니다.”
이규택 The-K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2013년 9월 취임 후 약 2년간의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해외투자부를 신설해 투자 영역을 국제화한 것과 나눔문화를 확산한 것을 꼽았다.
해외투자부 신설은 단순히 부서 하나를 만든 것을 넘어, 공제회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개척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대부분 국내에 머무르던 투자 영역의 다각화가 절실했기 때문. 올 3월 신설 당시 3조2000억 원이던 해외투자 자산은 6개월 만에 5조8000억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공제회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CREF)과 1조 원 규모의 합작펀드를 설립했고, 올 상반기에는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티머시 가이트너가 회장으로 있는 워버그핀커스와 베트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펀드에 900억 원을 공동 출자했다. 또 미국 웰스파고은행, 호주 퀸즐랜드투자청 등 해외 유수의 투자기관과 투자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투자 다각화는 해외투자에만 머물지 않았다. 국내 연기금 중에서는 처음으로 CJ E&M과 업무 제휴를 맺고 300억 원 규모의 영화펀드에 투자했다.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도 이 중 하나다.
공제회의 성과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눔문화 확산이다. ‘사랑과 희망 나누기(멘토링)’ 사업은 대표적인 공제회의 사회공헌 사업. 전국 16개 지부별로 해당 지역에 있는 대학교 학생과 중고교생을 연결해 대학생이 청소년을 멘토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것이다. 2013년부터 매년 40∼50여 명에게 1억여 원의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손가정에서 조부모상이 생길 경우 산하 상조회사에서 무료로 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4∼17대 국회의원, 국회교육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인 출신이라는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이사장은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 출신으로 낙인찍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제회의 가장 큰 숙원 사업이 ‘장기저축급여 분할급여금’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세법 개정이었다”며 “이것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정치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존 장기저축급여는 재직 중 일정액을 납입한 후 퇴직 후에 일시불로 받는 형태로, 이를 분할해 받을 경우 고율의 세금을 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으로 저율과세의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이사장은 “기존 세법을 적용하면 약 15%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며 “노후 소득이 별로 없는 교사들에게 이번 세법 개정은 노후생활 안정에 큰 기여를 한 것이며, 국가 시책하고도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2013년 9월 취임 당시 회원 67만 명, 자산 22조3000억 원이던 공제회는 올 9월 기준 회원 72만5000여 명, 자산 26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이사장은 “공제회는 현재 100-100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수명 100세, 자산 100조 원 시대에 걸맞은 경영 체제와 서비스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것. 30년 앞을 내다보고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크든 작든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자신의 임기 내 성과만 생각하고 일해서는 안 된다”며 “후임자가 더 수월하고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은 기관장이 물러난 뒤에도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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