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뇌물공세에 무력화된 수출보증 심사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19시 25분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받은 가짜 수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100억 원대 대출을 받아 해외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으로 정모 씨(39) 등 고철 수출업체 G산업 관계자 3명을 17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뇌물을 받고 이들에게 사기대출 편의를 봐준 혐의(뇌물수수)로 경찰 간부 1명과 무역보험공사 간부 5명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검찰청 직원 등 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3조원 대 대출사기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모뉴엘 사태 이후 강화된 수출보증 심사제도는 업체의 뇌물 공세에 무용지물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위조한 구리고철 수출계약서를 근거로 무역보험공사에서 보증을 받은 뒤 금융기관 4곳에서 110억 원을 대출받아 해외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다.

이들은 허위 수출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2013년 2월 전남지방경찰청 김모 총경(57)에게 무역보험공사에 ‘G산업의 수출보험 관련 편의를 봐 달라’는 전화를 걸게 하는 등 각종 압력을 행사하도록 하고 김 총경에게 3억 원을 건넸다. 또 2013년 9월부터 올 12월까지 안모 지사장(54) 등 무역보험공사 간부 5명에게도 2억 5700만 원을 건넸다.

정 씨는 중국에 구리고철을 수출하는 것으로 가장해 무역보험공사로부터 가짜 수출보증서를 발급받아 광양세관을 통해 홍콩 유령회사로 운반한 뒤 다시 한국으로 재수입하는 속칭 ‘뺑뺑이 무역’ 수법을 썼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계약서에 적힌 가짜 연락처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일반 구리고철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 적혀 있었지만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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