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 부산진구의 A공립어린이집에서 만난 원장 박모 씨(60·여)가 가슴을 쳤다. 박 씨는 6개월째 구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는 “구청의 ‘갑질’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한 달째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부산진구에서 공립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박 씨 등 2명은 9월 원장의 정년을 60세로 제한한 부산진구 조례가 적법하지 않다며 ‘조례 무효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조례의 상위 법인 영유아보육법에 연령 제한 조항이 없는 만큼 조례로 이를 규정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대법원도 보육기관의 연령 제한을 ‘위헌 조례’로 판결한 점, 국민권익위원회도 시정 권고를 내린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부산진구 측은 공립어린이집 위탁 세부 규정은 조례로 정하게 돼 있고 권익위의 권고는 강제력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에 맞게 조례를 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부산진구는 7월 초 관내 공립어린이집 19곳 중 2곳이 올해 말 원장의 정년 제한으로 위탁 기간이 종료된다며 위탁 공모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당 원장의 공모 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받아들여지면서 공모는 중단됐다. 양측의 갈등은 이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박 씨 등에 따르면 부산진구는 9월 10일 전체 공립어린이집에 “최근 4년간 어린이집 운영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며 공문을 보냈다. 주말을 포함해 4일 만에 서류를 모두 제출하도록 지시한 것. 이때부터 다른 공립어린이집 원장들의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박 씨는 “당시 한 원장은 ‘당신들 욕심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며 “구청이 우리를 ‘왕따’시키기 위해 무리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진구 측은 “공립어린이집 전반을 지도 점검했을 뿐 특정 어린이집을 상대로 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류 제출 지시는 10월에도 계속됐다. 구청은 소송을 진행 중인 두 어린이집에 공문을 보내 회계 서류 일체와 운영 통장 등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박 씨는 “오전에 전화로 지시하면서 당일 정오까지 서류를 가져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박 씨의 거센 항의로 서류 제출일은 결국 하루 연기됐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 측은 “당시 횡령 등 박 씨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기 때문에 정당한 행정 점검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이 문제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아무런 비리가 드러난 게 없다. 경찰이 과연 어디에서 저렇게 많은 우리 어린이집 서류를 확보했는지 궁금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조모 원장(60·여)은 “소송을 준비하면서 구청의 ‘갑질’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학부모를 상대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건 참기 힘들다”고 울분을 토했다.
구청은 지난달 23일 학부모 및 교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두 어린이집과의 분쟁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한 학부모는 “구청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자리여서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교육 현장의 불만 요소를 달래고 잠재워야 할 구청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불통’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이런 태도라면 만일 조례 무효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압력이 계속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두 원장은 최근 감사원에 ‘부산진구로부터 무리한 행정 지도 점검을 받았다’며 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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