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단백질 비중 높이자 체중 유지된채 근육량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8일 03시 00분


[2015 건강 리디자인]
[70대는 100세 건강의 골든타임]식습관 개선 7개월 최종점검

‘동아일보와 삼성서울병원이 함께하는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의 박용규 씨(오른쪽)가 유소영 임상영양사에게서 영양 상담을 받고 있다. 박 씨는 영양 상담 후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 섭취량을 늘린 결과 근육량이 늘어났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동아일보와 삼성서울병원이 함께하는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의 박용규 씨(오른쪽)가 유소영 임상영양사에게서 영양 상담을 받고 있다. 박 씨는 영양 상담 후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 섭취량을 늘린 결과 근육량이 늘어났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나이가 들면 고기를 멀리해야 할 줄 알았는데….”

박용규 씨(72)는 2004년 교직에서 정년퇴임하면서 굳은 다짐을 했다. 건강한 은퇴 후 삶을 위해 평소 즐기던 고기 섭취를 줄이기로 했다. 외식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다. 박 씨는 이 다짐을 수년째 고수해 왔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삼성서울병원이 함께 진행한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에 선발된 뒤 이런 식습관이 잘못된 상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4월 첫 영양 및 식생활 평가에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 고기 무조건 줄이면 위험

키 162cm, 몸무게 55kg인 박 씨는 하루에 55∼68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지만 평균 섭취량이 50g에 불과했다. 육식을 줄이면서 등 푸른 생선 등 다른 동물성 단백질 섭취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습관이 장기화되면 근육량이 줄어 관절 계통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사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단백질 섭취량의 70%를 식물성 단백질로 섭취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에 비해 필수 아미노산을 적게 함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전체 단백질 섭취량의 70%를 동물성으로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치의인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건강을 위해 고기를 안 먹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잘못된 상식이다”라며 “장기화될 경우 삶의 활력이 떨어지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까지 높아진다”라고 경고했다.

영양 평가 후 박 씨는 단백질 섭취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아내에게 기름기가 없는 쇠고기 부위를 수육 형태로 조리해 달라고 부탁해 주 1, 2회 먹었다. 손질이 편한 노르웨이산 가공 고등어를 박스로 주문해 주 4회 이상 먹었다.

○ 숟가락 없이 식사하기로 국물 섭취 줄여

박 씨는 단백질뿐 아니라 칼슘 섭취도 부족했다. 퇴직 전에는 학교에서 우유를 매일 1팩씩 마시며 칼슘을 보충했지만, 은퇴 뒤 우유마저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영양 평가 후 외출 시 뼈째 먹는 건멸치를 들고 다니며 칼슘을 보충했다.

안 좋은 식습관도 대폭 개선했다. 김치찌개 고추장찌개 등 짠 국물을 즐기던 습관을 고치기 위해 숟가락 없이 밥 먹기를 실천했다. 밥을 국에 말아 먹거나 남은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 습관도 버렸다.

그 결과 4월 식생활 평가 결과 ‘70대 노인 건강 체험단’ 중 최하점인 11점을 받은 박 씨는 11월 최종 평가에서는 3점을 받아 상위권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체중은 유지되면서도 근육량(수분 포함)은 40.9kg에서 42kg로, 골격근량은 23.8kg에서 24.3kg으로 늘었다.

박 씨처럼 70대 노인은 60대 때보다 육류, 칼슘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70대는 근육량과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신체 변화로 인해 70대부터는 낙상(落傷) 사고가 많아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낙상을 경험한 비율은 60대에는 16.7%지만 70∼74세는 20.2%, 75∼79세는 25.1%까지 늘어난다.

○ 70대, 현미가 싫다면 흑미라도

주식인 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신체 기능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흰 쌀밥만 고집해서 먹을 경우 식이섬유, 무기질, 비타민 섭취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변비 등 배변 장애가 심해질 수 있다. 현미, 흑미, 콩, 팥 등이 고루 섞인 잡곡밥을 권장하는 이유다. 현미와 흑미는 100g당 식이섬유가 3.8g으로 백미(1.3g)의 3배 이상이다.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반면 탄수화물도 100g당 75g으로 백미(79g)보다 적게 함유하고 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을 예방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데 유리하다.

▼ [영양사 한마디]“섭취 열량중 탄수화물 비율 70% 이하로 줄여야” ▼


대부분 70대 노인들은 영양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살 만큼 살았다’라는 생각에 자기 몸을 돌볼 생각을 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70년 동안 가져온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70대야말로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식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70대는 특히 몸의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에 비해 더욱 풍부한 영양이 공급돼야 한다. 10만 km 이상 달린 자동차에 더 많은 기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특히 70대는 대사 및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량과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단백질, 칼슘, 식이섬유, 비타민이 골고루 공급돼야 한다. 국내 70대 노인들은 전체 열량의 약 73%를 탄수화물로 섭취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70% 이하로 줄여야 한다. 대신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채소를 김치로만 섭취하려는 경향도 개선하는 것이 좋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유소영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사
#건강#단백질#체중#근육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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