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둘리는 교통 인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프리미엄 리포트]
[수도권 기반시설 접근성 분석]타당성 검토없이 선거공약 남발
이용객 적어 만성적자 악순환도

도로, 철도 등 교통노선이 부족해 불편을 호소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수요 부족으로 운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보다 정치적 입김에 휘둘린 개발계획이 애물단지 교통 인프라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의 경전철·복선전철이 대표적인 예다. 20일 용인시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에버랜드(용인시 처인구)를 잇는 용인에버라인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2만6800여 명으로, 2004년 예측치(16만1000명)의 6분의 1 정도다. 연매출(50억 원)도 연간 운영비(300억 원)의 6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2012년 7월 개통된 의정부 경전철 역시 당초 하루 10만8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3만여 명의 승객만 타고 있다.

이 때문에 완공을 앞둔 일부 노선은 운영사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내년 6월 개통될 성남∼여주 복선전철의 경우 지난해 12월 운영사 입찰 공고가 났지만 민간 사업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업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큰돈을 들인 교통노선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은 교통망 건설 계획이 정치권의 입김 등에 휘둘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선거 때마다 지자체장 후보들이 각종 지역 민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뒤 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추진하기 때문이다.

용인·의정부시의 경전철 사업은 지자체가 광역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 확충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였다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봉현 전남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는 “교통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성을 두루 개선하도록 추진돼야 하는데 민원에 흔들려 중복 투자가 이뤄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인프라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규 교통노선은 주민 생활권을 바꾸고 지역 간 발전 격차를 가져오는 등 국토계획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수도권#기반시설#접근성#교통#인프라#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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