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원들 간에 토론·발표가 활발히 진행되는 경기 진성고 생명과학동아리 셀레틱스. 진성고 제공
“고교 동아리 활동, 스스로 설계하라.”
201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후 이른바 ‘명문대’에 합격한 고3들이 동아리 활동에 대해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내용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뤄지는 성장의 이야기를 대입에서 어필하는 일이 중요한데, 정해지고 판에 박힌 동아리 활동으론 불가능하다는 것.
이번 수시모집에서 명문대 합격자를 2명 이상 동아리 구성원으로 둔 일반고 동아리 중 일부를 최근 찾아 활동내역을 들여다봤다.
서울대 합격생 3명(자유전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지구환경과학부)을 부원으로 둔 서울 양재고 과학동아리 ‘카오스’, 서울대 합격생 2명(자유전공학부 지리학과)을 둔 경기 수지고 영자신문제작동아리 ‘카르페디엠’, 역시 서울대 합격생 2명(수의예과 화학생물공학부)을 둔 경기 진성고 생명과학동아리 ‘셀레틱스’가 그것. 이들 동아리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 양재고 과학동아리 ‘카오스’ 부원들이 과학실험을 하는 모습. 양재고 제공
전공적합성, 절실하게 어필
동아리 활동을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절실함’이 생성되고 이는 후속 심화활동으로 이어지면서 전공적합성을 깊이 있게 드러낼 차별화되고 진정성 있는 소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수지고 영자신문제작동아리 ‘카르페디엠’ 학생들은 학생 각자가 한 학기당 하나의 주제를 직접 정해 영어로 심층기사를 쓴다. △힉스 입자 △알츠하이머 △일본의 우경화 등이 그 사례.
동아리원 이세니 양(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합격)은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주제로 영어기사를 쓴 경우. 이 양은 “기사를 쓰기 위해 해당사안을 공부하면서 CNN, BBC 같은 방송에선 ‘전단’이란 의미로 ‘leaflet’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영자신문에선 ‘propaganda’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후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대목에 주목했다. 이런 활동을 축적하면서 영어는 물론 국제사회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토론과 화학실험을 주로 하는 양재고 과학동아리 ‘카오스’. 토론 및 실험 주제를 부원들이 직접 정한다.
생태학 연구원이 꿈인 이 동아리 김준하 군(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합격)은 동아리 과학토론시간에 ‘인공강우를 이용한 기상조절’을 주제로 발표했다. 당시 김 군은 다른 부원들로부터 “인공강우가 지구의 물 순환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 답하는 데 애를 먹은 김 군. 그는 이런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화학실험을 설계해 실험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일련의 사례를 자기소개서 2번 항목에 담아 전공적합성을 어필했다.
전공과 무관한 동아리?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이 크게 늘면서 교내 동아리 가입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희망 전공과 직결되는 동아리에 가입하는 데 실패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그러나 오히려 전공과 다소 무관해 보이는 듯한 동아리에서 희망 전공과의 연계점을 찾아 스스로 활동을 설계해나가는 것도 효과적이다. 활동의 외연도 더욱 넓어질 뿐만 아니라 남들과 차별화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생성되기 때문이다.
양재고 과학동아리에서 활동한 김시현 양(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합격)은 문과 학생임에도 과학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의 꿈은 정책전문가. 김 양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전문가가 되려면 인문학적 소양과 더불어 과학지식도 갖춰야 한다. 과학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가늠할 줄 알아야 훌륭한 정책전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나의 생각과 동아리 활동내역을 자기소개서 2번 항목에 담음으로써 ‘통섭적 인재’임을 강조하려 했다”고 말했다.
토론과 발표, ‘산 지식’의 증명
스스로 계획하는 동아리 활동은 더 많은 토론과 발표를 경유할 수밖에 없게 된다. 토론과 발표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습득하거나 맞닥뜨리게 된 지식을 비로소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훌륭한 증명이다.
진성고 생명과학동아리 ‘셀레틱스’에서 활동한 김지훈 군(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합격)은 ‘면역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두고 동아리원들을 상대로 발표를 한 경험이 있다. 김 군은 “발표를 하려면 해당 내용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개념이나 사례를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런 이해와 발표의 과정에 익숙해진 덕분에 주어진 문제를 풀고 평가관에게 풀이과정을 설명하는 수시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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