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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12일 집을 탈출한 A 양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챙기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밤 A 양의
탈출을 뒤늦게 알아챈 동거녀 B 씨(원 안)가 슈퍼마켓을 찾아 폐쇄회로(CC)TV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다. 채널A 제공
“아빠가 없는 곳으로 간다고요? 고맙습니다. 경찰 아저씨.”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아버지에게 감금돼 2년간 굶주림과 폭행에 시달리다 최근 탈출한 인천의 A 양(11)이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20일 병원을 찾아간 경찰관에게 건넨 인사말이다.
12일 맨발로 가스관을 타고 탈출해 인근 슈퍼마켓을 기웃거리다가 경찰에게 발견될 당시 몸무게가 16kg에 불과했던 A 양은 1주일가량 치료를 받으며 건강 상태가 좋아져 현재 몸무게가 20kg으로 늘었다. 이어 경찰관이 “며칠 사이 살도 많이 찌고 예뻐졌네”라고 덕담을 하자 A 양은 활짝 웃으면서 “정말요?”라고 반문할 정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A 양은 현재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아동보호기관의 지원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건강을 되찾으면 조만간 퇴원해야 한다. A 양의 아버지(32)와 동거녀 B 씨(35) 등이 모두 A 양을 학대한 혐의로 구속돼 있어, 경찰이 A 양의 친모를 찾고 있지만 헤어진 지 8년여가 지나 연락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친모 대신 A 양을 돌볼 친인척까지 찾고 있지만 마땅한 보호자가 없어 현재 아동복지시설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양이 ‘몇 끼를 굶어 배가 너무 고픈데도 아빠와 엄마만 음식을 배달시켜 맛있게 먹어 화가 났다’고 진술할 만큼 굶주림에서의 탈출이 절박했던 것 같다”며 “A 양의 아버지가 동거녀에게 ‘나도 어렸을 때 부모에게 학대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이 있어 딸을 학대한 이유에 대한 보강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 양이 탈출했던 당일 오후 동거녀 B 씨가 A 양이 들른 슈퍼마켓을 직접 찾아간 사실이 채널A 취재로 확인됐다. 당시 B 씨는 친구와 함께 “우리 아이가 없어졌다”며 슈퍼마켓 주인에게 폐쇄회로(CC)TV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B 씨는 모니터에서 A 양의 모습을 확인하고도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슈퍼마켓 주인에게 “우리 아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B 씨는 직후 A 양 아버지와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12년 2학년 1학기를 마친 뒤 A 양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과정에서 장기 결석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교사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친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접수조차 못 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또 담임교사가 전화했지만 A 양 아버지는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치료하고 돌봐줘야 해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는 “이 부모도 똑같이 감금하고 굶겨라” “아버지가 아니라 악마” “복역 뒤 아이를 더 괴롭히는 것 아니냐” 등 비난의 글이 봇물을 이뤘다. 아동학대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2년 넘게 초등학교에 가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도 많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극악무도한 부모다. 부모라면 하지 못할 짓을 저질렀다”며 구속된 A 양의 부모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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