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순국선열 유족에 국수 공양하는 ‘국수스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3일 03시 00분


대전 구암사 주지 북천 스님, 현충원서 6년째 신도들과 보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6년째 참배 유가족에게 국수보시를 해온 대전 구암사 주지 북천스님(오른쪽)이 18일 국가보훈처로부터 보훈상을 받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국립대전현충원에서 6년째 참배 유가족에게 국수보시를 해온 대전 구암사 주지 북천스님(오른쪽)이 18일 국가보훈처로부터 보훈상을 받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대전 유성구 대한불교조계종 구암사의 주지 북천 스님은 ‘국수스님’이라 불린다. 25년째 인근 제32사단 장병들을 위해 일요일마다 국수보시를 해 온 그는 2010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군복무 중 사망한 아들은 묻은 뒤 납덩이처럼 굳은 표정으로 밥 한 끼 먹지 못한 채 되돌아가는 가족들을 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습니다. 유족들에게 국수라도 한 그릇 대접하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이후 구암사 측은 신도회의를 거쳐 현충원에서 국수봉사를 하기로 했다. 신도들은 이때부터 매일 교대로 현충원을 찾는 하루 평균 400여 명에게 국수를 제공했다. 지금까지 6년째 계속해 온 일이다. 봉사자들의 직업도 대학교수, 의사, 변호사, 언론인 등 전문직에서부터 택시운전기사, 자영업, 가정주부 등 다양하다. 15만∼20만 명이 찾는 현충일에는 신도 500여명까지 국수보시에 참여해 무려 2만여 명에게 제공했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는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서 아예 현충관 뒤편에 신도들이 한 푼 두 푼 7000여 만 원을 모아 영구 급식시설까지 지었다.

“현충원에 영면한 순국선열 덕분에 우리가 편히 지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 가족들에게 따스한 국수 한 그릇을 공양하는 것은 아주 작은 보답일 뿐입니다.” 그는 “여름이면 전날부터 찾아와 아들 비석을 껴안고 이슬을 맞으며 밤을 새우는 부모도 한둘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북천 스님은 18일 국가보훈처로부터 ‘2015 보훈문화상’ 시상식에서 예우증진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보훈문화상은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풍토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을 통한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해 2000년부터 매년 시상해 오고 있다. 그는 “구암사의 국수보시는 신도 200여 명으로 구성된 나눔회에서 총괄한다”며 “국수 한 그릇 내놓는 것뿐인데 상을 받으니 오히려 부끄럽고 겸연쩍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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