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광표 기자의 문화재 이야기]천년을 버틴 그대, 천년 후에도 우뚝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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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을 해체 수리복원하는 까닭

경주 감은사터 동쪽 석탑의 수리 모습(2007년). 동쪽과 서쪽의 두 탑은 1950년대, 1990년대에 이어 2000년에 들어서도 해체 수리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경주 감은사터 동쪽 석탑의 수리 모습(2007년). 동쪽과 서쪽의 두 탑은 1950년대, 1990년대에 이어 2000년에 들어서도 해체 수리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전북 익산에 가면 백제시대 사찰이었던 미륵사의 터가 있습니다. 건물들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드넓은 터만 남아 있지요. 여기 국보 11호 미륵사지 서탑(7세기 초)이 당당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전통 석탑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큰 탑이랍니다. 이곳에선 현재 이 탑의 해체 수리복원 공사가 한창입니다. 붕괴 우려가 높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2001년부터 15년째 해체 복원 중이에요.

○ 15년째, 미륵사 서탑의 해체 수리

미륵사에는 원래 가운데에 목탑 하나, 좌우 동서쪽에 석탑 2기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이전에 목탑은 불에 타 없어졌고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동탑이 붕괴되었습니다. 서쪽 석탑도 1915년경 탑의 일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어요. 원래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탑의 꼭대기 세 개 층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6층까지의 네 개 면 가운데 세 개 면도 대부분 붕괴되었어요.

이때 일제는 탑이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무너진 경사면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발라 응급조치를 취했습니다. 위태롭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시멘트까지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모습이 우리가 보아온 국보 11호 미륵사지 서탑의 모습이었어요.

그 상태로 세월이 흐르다 보니 탑의 석재의 강도는 약해졌고, 시멘트에도 금이 갔습니다.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된 것이지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오랜 논의를 거쳐 서탑을 완전히 해체해 수리하고 다시 쌓아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1년 10월 말 해체를 시작했어요. 해체 작업은 2012년까지 계속되었답니다. 지금은 석재를 다시 쌓아 올리는 조립복원 공사를 하고 있어요. 해체 직전의 6층 모습(높이 14.2m)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조립 복원 공사는 2017년 마무리할 예정이지요.

익산 미륵사터 서쪽 석탑의 해체 수리를 시작할 때의 모습(2001년). 앞쪽 석탑이 서탑의 서쪽면(시멘트로 발라놓은 상태)이고 뒤쪽 석탑은 1993년 복원
한 동탑이다.
익산 미륵사터 서쪽 석탑의 해체 수리를 시작할 때의 모습(2001년). 앞쪽 석탑이 서탑의 서쪽면(시멘트로 발라놓은 상태)이고 뒤쪽 석탑은 1993년 복원 한 동탑이다.
○ 미륵사 동탑 논란

미륵사 터에 가면 해체 수리 중인 서탑의 오른쪽에 뽀얗고 거대한 탑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1993년 복원한 미륵사터 9층짜리 동탑(높이 27.8m)이에요. 그런데 부재는 거의 대부분이 새로 가공한 화강암입니다. 오래된 탑은 석재의 표면이 누렇게 변해 있는데 이 탑은 새로 가공한 돌을 쓰다 보니 모두 뽀얀 색이지요.

그래서 이 탑을 두고 “백제 탑인지, 20세기 탑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굳이 저렇게 복원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지요. 이런 지적대로, 복원한 미륵사터 동탑은 별 매력이 없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런 점이 문화재 복원의 어려움이랍니다.

○ 석탑을 해체하는 까닭

문화재는 오래된 것입니다. 오랜 세월을 견디다 보니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야외 석조 문화재의 경우, 대부분 1000년 넘게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훼손이 심각하지요. 야외 석탑이 훼손 위기에 처하게 되면 다양한 보수와 보존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끼 등 표면을 훼손하는 이물질을 세척해 제거하고 경화수지를 이용해 금이 간 부위나 벌어진 틈을 접착시켜 강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대책이 될 수는 없겠지요. 돌과 돌의 부재가 심각할 정도로 약해졌거나 서로 어긋나 있을 경우엔, 해체한 뒤 부재를 교체하거나 다시 반듯하게 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경주 석가탑의 해체 수리 모습(2012년).
경주 석가탑의 해체 수리 모습(2012년).
○ 천년을 견디고 해체 수리 중인 신라 석탑들

천년고도 경주에 가면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국보 112호 감은사지 동·서 3층 석탑(682년), 국보 20호 다보탑(8세기 중반), 국보 21호 석가탑(8세기 중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탑들은 오랜 세월 산성비와 바닷바람의 염분으로 인해 석재 강도가 약해졌고 탑 표면에 이끼가 많이 끼었습니다. 석재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전체적으로 탑이 불안정하고 지지력이 약해진 겁니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탑을 해체 수리복원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석가탑의 경우, 탑의 받침돌이 조금씩 어긋나고 균열이 발생하자 2006년 표면에 센서를 부착해 안정 상태를 모니터링했습니다. 1000분의 1mm 움직임까지 체크할 수 있는 센서였지요. 그러던 중 2010년 12월, 석가탑에서 길이 1.32m, 최대 폭 5mm의 추가 균열이 발견됐습니다. 안전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지요. 이에 따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즉각 해체 수리하기로 결정했고 준비를 거쳐 2012년 9월 전면 해체수리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마무리 조립복원 공사가 한창입니다.

익산 미륵사터나 경주 불국사에 가면 미륵사터 석탑과 석가탑의 조립복원 현장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답니다. 그 현장을 둘러보면 좋은 경험과 교육이 될 겁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석탑#미륵사#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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