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고속도로’ 이름논란 “죽음의 도로 생각나! 바꿔줘”

  • 동아닷컴
  • 입력 2015년 12월 23일 18시 24분


‘88고속도로’가 ‘광주-대구 고속도로’로 라는 이름으로 22일 확장 개통했다.

1984년 개통한 88고속도로는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2차로에 선형 불량, 안전시설 미비 등으로 사고가 끊이지 않아 ‘죽 음의 도로’ ‘44내림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30여 년 만에 확장 개통함으로써 해당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은 해결됐지만 새로운 불만도 제기됐다. 바로 ‘광대 고속도로’라는 약칭 때문이다. 광주~대구 고속도로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광대고속도로’로 불리게 될 것 이라는 우려다.

광주·대구 시의회와 지역시민 단체들은 “광대 고속도로는 과거 죽음의 도로로 불리던 88고속도로의 모습이 떠오르는 명칭이라”며 이름을 변경해 줄 것을 개통 전부터 끈질기게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요청해왔다.

대체 명칭으로는 ‘달빛 고속도로’를 요구하고 있다. 광주와 대구의 옛 지명인 빛고을, 달구벌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달빛’ 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이고,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운전자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 등이 반영됐다.

국토부 고속도로 관리지침 11조에서 고속도로명은 시작점과 종점의 지역명을 우선해 사용, 또는 서에서 동, 남에서 북으로 표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몇 개 안 되던 과거에는 경부선, 호남선, 남해선 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고속도로가 점점 많아지면서 97년부터는 도로의 시·종점을 따서 쓰고 있다.

다만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나 ‘서해안 고속도로’처럼 역사문화 자산 등을 기념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지을 수 있게 돼있다.

또 ‘경인선’의 경우는 동에서 서로 표기한 예외이고, ‘신대구 부산간 고속도로’도 북에서 남으로 표기한 예외다.

이에 대구·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2일 공동 성명을 통해 “고속도로 이름에 기·종점 지역의 이름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달빛고속도로 이름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항의했다.

대구 시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명칭 변경을 건의했음에도 국토교통부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지극히 중앙집권적 사고의 발상”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항의가 계속 되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익산~포항 고속도로, 당진~영덕, 평택~제천 고속도로를 익포선, 당영선, 평제선 으로 부르진 않는다” 고 항변 하면서 “지자체 에서는 충분히 자체적으로 (달빛을)애칭으로 부를 수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바꾸기는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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