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주민등록번호, 2018년부터 바꿀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4일 03시 00분


헌재 “변경금지는 헌법불합치”
“범죄에 악용돼도 대책 없어… 무조건 막는건 기본권 침해”
국회, 2017년말까지 법 개정해야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더라도 바꿀 방법이 없는 현행 주민등록법은 헌법에 어긋나므로 2017년까지만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법률 유예 기한이 끝나는 2018년부터는 1975년 도입 후 40년간 ‘평생번호’였던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헌재는 23일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돼 이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강모 씨 등 5명이 “변경 조항이 없는 주민등록법 제7조는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강 씨 등은 2011∼2014년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뒤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구했다가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1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당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법은 가족관계가 바뀌었거나 오류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번호를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 씨 측은 생일과 출신지 등 개인정보가 담긴 주민등록번호에 대해 변경절차가 없는 것은 사실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헌재는 “주민등록번호는 단순한 개인식별번호가 아니라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서 이용에 대한 제한 필요성이 크다”고 하면서도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범죄에 악용되는 현실에서 개인의 사생활·생명·신체·재산 침해 등에 대한 아무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밝혔다. 국가가 유출 및 오남용을 예방하는 조치를 펴고는 있지만 유출 이후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입법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위헌 결정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국회에 2017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개정안들이 1년째 계류 중이다. 지난달 헌재 공개변론에서 뒷번호 7자리 중 첫 숫자로 출생연대와 성별을 구분하는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는 2100년 이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1·2번이 1900년대 출생 남녀, 3·4번 2000년대 출생 남녀, 5·6번 1900년대 출생 외국인 남녀, 7·8번 2000년대 출생 외국인 남녀, 9·0번은 1800년대 출생 남녀로 식별된다.

한편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개별적인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인정하는 경우 범죄은폐, 탈세, 채무면탈 또는 신분세탁 등에 악용할 우려가 있고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주민등록번호#변경#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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