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2일 내년부터 시작되는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CORE)의 기본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계획을 살펴보면 기존 인문학과의 구조와 인문학과에서 가르치는 수업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교육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학문과 연구가 중심을 이루는 일명 ‘문사철(문학, 역사학, 철학) 주류’의 인문학 구조를 실용인재를 배출하고 정부의 정책 형성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 분야로 탈바꿈시키려는 의도다.
○ 인문학으로 ‘중동 전문가’ 길러
교육부가 인문학 발전 모델로 제시한 것은 5가지다.
△세계 언어권별로 특화된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글로벌 지역학 △인문학과 다른 학문이 결합된 융합전공을 가르치는 인문기반 융합전공 △연구역량을 갖춘 인문계열 학과를 지원해 전공자를 양성하는 기초학문심화 △인문계와 자연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기초교양대학 △각 대학의 특성을 반영해 만든 대학 자체 모델 등이다. 이 중 첫 번째, 두 번째 발전 모델이 기존의 인문학 구조에 변화를 가하는 ‘새로운 인문학’의 모델이다.
글로벌 지역학 모델은 세계 각 나라와 언어권, 문화권에 특화된 지역 전문가를 육성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동남아 전문가, 아프리카 전문가, 중동분쟁 전문가, 이슬람권 전문가 등을 인문학 교육을 통해 양성하려는 것. 교육부는 “국제적인 수준에 맞도록 학과구조와 교육과정을 바꾸고, 관련 연구소 발전계획, 교육 및 인력 자원 수급계획을 성실히 만든 대학을 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지역학 모델이 도입된 대학은 학과와 대학 연구소가 함께 세계 각국의 문화와 역사, 종교, 언어 등을 연구하게 된다. 정부가 해외에 설립한 국가기관, 문화원도 여기에 교육자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실제 국제 현장에 파견할 수 있는 지역 전문가와 연구요원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2004년 김선일 씨(당시 33세)가 이라크에서 중동 무장단체에 납치, 피살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중동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 ‘적극적 경제활동’ 가능한 인문학 인재
인문 기반 융합전공은 기업과 사회의 수요를 고려해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문학 인재를 배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모델은 인문학을 경영, 디자인, 정보통신, 공학과 결합한 융합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 인문학을 경제활동과 전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인재 양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교육과정과 학생의 취업을 연계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게 된다. 기업도 참여해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인턴십과 연계한 취업활동 지원도 이뤄진다.
교육부가 일부 인문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과 개편과 커리큘럼 변화를 동반하는 지원방식을 택한 것은 ‘현재의 인문학과에 단순히 돈만 쥐여줘서는 지속가능한 자가발전을 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형성, 취업, 기업의 경제활동 등과 인문학이 관계를 맺지 않으면 인문학은 계속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과를 통폐합하고 기존의 학과를 바꾸는 과정에서 일부 교수들의 반발이나 학과 이기주의 등의 진통이 예상되지만 대학들도 전반적으로 이 같은 문제의식에는 공감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인문학 발전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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