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탈출 A양의 크리스마스
“친구들 갖고놀아 부러웠어요”… 경찰에게 토끼인형 선물 받고
“이젠 외롭지 않겠네요” 활짝
토끼 인형, 만화 캐릭터 스티커 그리고 장난감 휴대전화….
11세 소녀가 꿈꾸던 ‘선물’이다. 또래 아이들은 값비싼 변신로봇과 아름다운 인형을 바라지만 소녀는 그저 외로움을 달래줄 토끼 인형이 좋았다. 스마트폰을 가질 만한 초등학교 5학년 나이인데도 소녀는 학교생활을 추억할 수 있는 장난감 휴대전화가 필요했다.
3년 가까이 아버지와 동거녀의 감금과 폭행에 시달렸던 A 양은 25일 가장 행복한 성탄절을 지냈다. 그토록 원했던 분홍색 토끼 인형(사진)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소녀의 곁을 지켰기 때문이다. 토끼 인형을 선물한 ‘산타’는 A 양의 조사를 맡았던 인천 연수경찰서 김길환 여성청소년계장(40·경감)과 전혜인 순경(25·여). 두 사람은 24일 낮 12시경 A 양이 입원 중인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아 정성껏 포장한 토끼 인형을 선물했다. A 양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너무 좋아 침대 위를 뒹굴 정도였다. 연방 인형을 얼굴에 비벼대며 “너무 좋은 선물을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경찰관들은 조사를 받던 A 양이 “잠잘 때 친구처럼 끌어안고, 함께 지낼 토끼 인형을 갖고 싶다”고 말한 것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인형과 함께 ‘산타 할아버지가 ○○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병원에서 주는 밥과 약을 잘 먹고 퇴원해서 튼튼하게 자라다오’라고 정성껏 쓴 성탄카드도 전달했다.
전 순경이 “다음에 올 때 언니가 뭘 사다 줄까”라고 묻자 A 양은 “음… 장난감 휴대전화요. 1학년 때 친구들이 많이 갖고 놀아 부러웠어요”라고 대답했다. 또래 아이들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만 끔찍했던 감금과 폭행 탓에 A 양의 소망은 4년 전에 멈춰 있었다. 전 순경에 따르면 A 양은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러 오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먼저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등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아프다”는 말도 좀처럼 하지 않고 치료를 잘 받고 있다고 한다. 전 순경은 “A 양이 탈출 직후 조사를 받을 때는 두려움에 떨며 극심한 불안감을 보였지만 면회하는 내내 밝은 표정이어서 충격을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하루빨리 좋은 양육자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커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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