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4명중 1명 자포자기 ‘니트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좋은 일자리 매달리다 잇단 좌절… 취업도 교육도 안해
OECD 주요국 3위… 평균의 2배
英-佛과 달리 고학력 비율 높아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이성민(가명·32) 씨는 최근 9급 공무원 시험에 낙방했다. 대학 졸업 후 4년 동안 5급 행정고시 기술직에 계속 실패한 뒤 답답한 마음에 지원했으나 이마저도 잘 풀리지 않은 것이다. 이 씨는 30대에 접어든 뒤 뒤늦게 건설사 몇 곳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이 씨는 “기업은 나이 때문에 안 되고, 공무원 시험도 5급은커녕 9급까지 낙방해 사면초가다”라며 “차라리 20대 중반부터 눈높이를 낮춰 중견 건설사에라도 취업할 걸 후회가 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씨처럼 정규 교육기관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면서,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국내에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자 중 니트족이 많다는 게 외국과 달랐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가 24일 발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청년 NEET의 특징과 시사점’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5∼29세 청년 대학 졸업자 4명 중 1명(24.4%)이 니트족이었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39.2%), 터키(24.5%)에 이어 조사대상인 OECD 주요 14개 국가 중 3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12.9%)의 약 2배다.

중졸→고졸→대졸 등 학력이 증가하면서 니트족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특이한 지점이다. 국내 중졸자는 5.1%만 니트족인 반면, 고졸자(22.9%) 대졸자(24.4%)는 비율이 더 높았다. 고학력자일수록 니트족 비율이 떨어지는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과 대조적이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고학력자들이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높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니트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영국 등 저학력 니트족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단순 직업 훈련 강화를 통해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국내 상황은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장기 취업준비를 통해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 팀장은 “임시직이라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니트족#대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