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62)의 부인이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27일 경찰은 정 감독의 부인 구순열 씨(67)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이달 중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고 밝혔다.
구 씨는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에게 ‘박 대표가 폭언과 성추행, 그리고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호소문을 배포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시향 직원 곽모 씨는 박 전 대표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호소문을 발표했고, 이 일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경찰이 시향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박 전 대표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지 않는 등 곽 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 씨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구 씨는 서울시향 직원의 호소문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하순 정 감독의 비서인 백모 과장(40·여)에게 ‘시나리오를 잘 짜서 진행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구 씨는 또 박현정 전 시향 대표를 겨냥한 사무국 직원들의 투서 발송, 기사화, 성추행 고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자신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두 지우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구 씨는 백 과장에게서 호소문 사태와 관련해 진행 상황을 시시각각 전달받기도 했다. 백 과장은 지난해 11월 30일 구 씨에게 ‘곽 씨를 고소인으로 섭외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백 과장과 구 씨가 호소문 사태를 여론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한 정황도 포착됐다.
수사 당국은 서울시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구 씨가 시향 직원에게서 당시 상황을 일일이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적인 구 씨는 경찰에 입건됐지만 시향 사태 이후 프랑스에 머물며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구 씨에 대해 범죄 혐의자에게 적용되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린 상태다. 경찰은 백 과장 등 서울시향 핵심 관계자를 불러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구 씨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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