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부인 ‘박현정 음해 사주의혹’ 일파만파
鄭, 12월말 예술감독 지위 상실
1월 재논의… 공연은 예정대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직원과 정명훈 예술감독의 부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계약을 무리하게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서울시향 A 이사)
“정 감독이 재계약에서 연간 보수로 기금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혹시 이게 세금 회피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없습니까.”(B 이사)
“계약 기간이 3년인 건 지금 상황에서 너무 긴 것 아닙니까.”(C 이사)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4시간 가까이 열린 서울시향 이사회(이사장 신헌철)에서는 최흥식 대표가 마련한 정명훈 감독(사진)의 재계약 조건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최 대표와 서울시 간부 2명 등 3명의 당연직 이사를 포함해 총 10명이다. 예술감독은 시향 이사회가 추천해 이사장이 제청하면 서울시장이 임명한다.
서울시향 안은 △계약 기간 3년 △연봉 2억7000만 원과 1회 지휘료 4900만 원 등 정 감독의 보수를 서울시향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 △불명확한 항공료 숙박비 기준 마련 △외부 겸직과 출판 광고 등 대외 활동 허용 등을 주요 내용을 삼았다. 그러나 일부 이사는 계약 기간과 보수, 외부 겸직, 출연 규정에 대한 전반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이사는 “서울시향이 정 감독을 붙잡는 데 몰두한 나머지 재계약 내용에 부실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성추행 및 막말 의혹과 관련해 정 감독의 부인 구순열 씨의 입건과 직원 수사에 대한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구 씨는 정 감독의 비서였던 백모 씨에게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 제기를 사주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결국 이사회는 이날 재계약을 보류하고 정 감독과 추가 협의를 한 뒤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수정안을 재논의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정 감독은 올 연말까지 계약된 예술감독 지위를 내년부터 일단 상실한다. 하지만 정 감독은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공연은 하기로 공언한 상태여서 당장 1월 9일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회 등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들의 지적에 따라 우선 정 감독과의 계약 기간은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일단 올해처럼 계약을 ‘1년 연장하는 안’을 가지고 정 감독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시향은 시향 발전을 위해 정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부인 구 씨의 사주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정 감독과 재계약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 여론도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서울시향의 한 관계자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부인에 대한 수사가 본격 진행되고 심지어 정 감독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 올 8월처럼 재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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