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 채널을 1개씩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현재로선 시범방송 중인 EBS만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나머지 3사의 채널도 언제든지 늘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올해 초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시간을 늘려준 방통위가 이번에는 채널까지 더 만들어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를 몰아주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8일 방송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주 일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대상으로 지상파 방송사에 채널을 추가로 주는 지상파 다채널방송(MMS·Multi-Mode Service) 도입에 대해 의견을 듣는 회의를 열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내년 초 방통위 전체회의에 관련 법인 방송법 개정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MMS란 방송 주파수 신호를 압축·전송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 방송용 주파수를 쪼개 더 많은 채널을 운영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7번을 사용하고 있는 KBS2는 7-1번과 7-2번으로 쪼개 새 채널을 하나 더 주는 것이다. 현재 EBS가 EBS2를 만들어 MMS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방통위는 내년 초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시험방송 중인 EBS2를 본방송으로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채널을 늘리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반대 여론이 적은 EBS를 앞세워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도 MMS를 도입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최성준 위원장 취임으로 시작된 3기 방통위가 지금까지 지상파 위주 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초 지상파를 제외한 다른 미디어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상파 광고 규제를 없애 사실상 광고 시간을 늘려주는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인기 프로그램에는 비싼 돈을 받고 광고를 더 많이 붙일 수 있어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7월에는 당초 분배 계획에 없었는데도 최소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에 사실상 공짜로 나눠 주기도 했다. 당초 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했던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튼 것이다.
지상파 MMS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로 추진됐지만 독과점 논란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국내 방송 광고시장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광고시장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상파 MMS가 도입되면 다른 중소 방송채널의 광고를 빼앗아 갈 수밖에 없다. 이경재 2기 방통위원장은 2013년 “지상파 MMS를 허용했다간 방송 산업이 다 망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동근 PP협의회장도 “지상파 MMS가 도입되면 중소 채널들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면서 “방송업계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채널을 더 늘려주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 프로그램에 포함된 간접광고(PPL)와 가상광고 등이 새 채널에서 재방송으로 방영되더라도 고스란히 광고 수익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지상파 MMS는 방송의 공공성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오로지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을 늘려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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