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대학 세 곳에 합격한 A 군은 주변 어른들의 권유에 따라 서울 중위권 대학의 경영학부에 등록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한 A 군은 고교 1학년까지 입시 미술학원에 다녔고, 자연히 2학년 때 문과를 택했다.
A 군은 이번 수시모집에서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산업디자인 전공에도 합격했다. 그러나 “미술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아버지의 만류와 “그나마 경영이나 회계 아니면 문과에서는 취직이 안 된다. 장래를 생각하라”는 담임교사의 지도에 따라 경영학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A 군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고등학생 상당수는 ‘마음’으로는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에 종사하기를 원하지만 ‘머리’로는 취업에 유리한 경영·경제나 공학 분야를 택하려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6월에 전국 초중고교생 2만9080명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 현황을 조사해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교생의 15.9%가 문화, 예술, 스포츠와 관련된 직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특히 문화, 예술 분야 선호도는 여학생(20%)이 남학생(11.9%)의 배에 이르렀다. 이어 남학생은 공학 및 기술직(10.8%)을, 여학생은 교육 분야(12.9%)를 희망 직종으로 꼽았다.
그러나 ‘대학에 갈 때 어떤 전공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달랐다. 경영·경제 전공으로 진학하겠다는 고교생이 전체의 8.0%로 가장 많았다. 문화, 예술, 스포츠에 해당하는 전공 중에는 디자인(5.0%·5위)만이 10위 안에 들었다.
희망 전공을 남녀로 나누어 보면 남학생은 기계·금속(10.2%), 컴퓨터·통신(7.5%), 경영·경제(7.2%)의 순이었고, 여학생은 경영·경제(8.7%)에 이어 디자인, 언어·문학, 사회과학이 각각 6.8%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성별에 따라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진학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공과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단순히 바라는 직종과 실제 선택하려는 전공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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