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부터 70대 촌로까지, 1년간 동전 모은 저금통 기부
어려운 이웃에 ‘희망의 손길’
한 해 동안 동전을 먹어 배부른 돼지저금통이 연말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해마다 돼지저금통을 연말 기부 선물로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 주민센터는 라파엘어린이집 원생 20명이 돼지저금통 23개를 기부했다고 29일 밝혔다. 아이들은 돼지저금통을 건네며 “저금통 주인을 찾아 달라”고 말해 작은 감동을 줬다.
아이들은 집에서 받은 용돈 1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을 어린이집 입구에 있는 돼지저금통에 넣었다. 아이들이 올 9월부터 돼지저금통 23개에 모은 동전은 10만 원 정도였다. 아이들은 2013년부터 연말이 되면 돼지저금통 기부를 하고 있다.
방영주 라파엘어린이집 원장(53·여)은 “아이들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 주기 위해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모으고 있다”며 “아이들이 모은 동전이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 보건소는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전하기 위해 돼지저금통 43개를 개봉했다. 돼지저금통 모금에는 군 보건소, 보건지소 16곳, 보건진료소 직원과 공중보건의 110여 명이 참여했다.
보건소 직원들은 돼지저금통 43개에 모은 235만7920원으로 쌀을 구입해 홀몸노인,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126가구에 새해 1월 4일 전달하기로 했다. 쌀을 전달하면서 안부 살피기, 건강 체크 등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위문품은 고흥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삼시세끼 운동에 동참하고자 고흥 쌀로 결정했다. 고흥군 보건소의 돼지저금통 기부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 박소언 보건소장은 “전달하는 고흥 쌀이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 덕진면사무소는 2013년부터 연말이 되면 70대로 추정되는 촌로가 돼지저금통을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도 이 할아버지는 14일 면사무소를 방문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써 달라’며 동전이 가득 든 돼지저금통 2개를 놓고 사라졌다. 저금통에는 4만8000원이 들어 있었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기부하시는 어르신에게 존함이라도 알려달라고 간청했지만 말없이 조용히 웃으며 사무실을 떠나셨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의 선행은 2013년 12월 돼지저금통 1개를 들고 면사무소를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돼지저금통은 10원짜리부터 50원짜리, 10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이 가득했다. 김현철 덕진면장은 “저금통을 동전으로 가득 채운 것은 이 어르신의 이웃사랑이 얼마나 진실하고 자상한지를 알려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어린이집이나 공부방 등에서 고사리손으로 기부한 돼지저금통이 60개, 2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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