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서울대 공대 출신이 거의 없으니 중소기업의 인재들을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만들겠다.” 내년 3월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의 문을 여는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의 말은 물구나무서기처럼 신선하다. 산업체에 3년 이상 다녀야 입학 자격을 주고, 2년제 석사 과정이지만 졸업논문은 없다. 그 대신 자신이 다니는 기업의 당면 문제를 프로젝트 과제로 정해 1학년 때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교과목 10개를 이수하고, 2학년 때는 해결 방안을 찾아내도록 했다. 서울대 공대 교수와 재직 중인 기업의 상사, 기업 출신의 산학협력 교수 각 1명이 학생 1명을 맡아 ‘현장의 해결사’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 겸 공학전문대학원장은 “산업 현장에서 맞춤형 융합인재 수요가 늘고 있는데 대다수 대학원이 논문 연구 중심으로 가르친다”고 ‘공대 혁명’에 나선 이유를 말했다. 국가 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공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공대 출신의 몸값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도 문과 출신은 취업 실적에서 지방 국립대 공대생에 뒤처질 정도다. 미국에서도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일자리 증가 속도는 다른 분야의 2배다. ‘소비자 수요’에 민감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3학년의 이과반과 문과반 비율은 6 대 4로 조사됐다. 고교도 졸업생들의 진로를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어제 발표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사업’ 기본계획은 사회가 원하는 인력을 길러 달라는 정부의 ‘당근’이라고 할 수 있다. 2024년까지 21만 명 넘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공계 출신을 늘리기 위해 인문사회계 정원을 줄이는 대학을 19곳 선정해 최소 50억 원, 최대 300억 원을 3년간 지원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보고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사범계열과 경제경영계열 각각 12만 명, 인문계열 10만 명의 대졸자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중심을 지향하는 대학이 아니라면 ‘학과 이기주의’에 대학생들의 미래를 희생시켜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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