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과 잦은 폭행을 견디다 못해 12일 가스배관을 타고 2층 집을 탈출한 11세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겨울 맨발에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소녀는 뼈에 가죽을 두른 것처럼 말랐고 팔다리는 멍투성이였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챙기던 소녀는 힘이 없어 과자 봉지조차 제대로 뜯지 못했다.
아버지를 비롯한 보호자들은 자신들만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며, 몇 끼를 굶은 소녀가 남은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아무거나 먹는다”며 폭력을 가했다. 보호자 중 한 명이 기르는 몰티즈 강아지는 소녀와 달리 포동포동했다고 하니 지독한 비인간성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소녀의 아버지도 어렸을 때 의붓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은 상처가 있고 직업이 없이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끔찍한 학대에 대한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소녀가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을 때 담임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소녀를 찾으려고 실종신고를 했지만 선생님은 실종신고 의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은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인천으로 이사한 이후 아버지는 아예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집 밖으로도 못 나가게 했다. 아이가 사라졌는데도 아무도 찾지 않았다. 학대 받는 생활을 끝낸 건 소녀 자신이었다.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감옥에서 탈출하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소녀는 지옥에서 빠져나왔다.
아동학대에 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최고 형량(죄인에게 내리는 형벌의 정도)이 징역 5년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 아동학대 사례를 보더라도 단순한 학대, ㉠방임(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둠)이라기보다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라고 봐야 할 경우도 많다. 11세 소녀의 아버지를 포함한 보호자들에게는 어떤 법률을 적용해야 분이 풀릴지 모르겠다.
동아일보 12월 23일자 정성희 논설위원 칼럼 재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본문 속 ㉠‘방임’이라는 낱말을 가장 뜻에 알맞게 사용한 경우는 다음 중 무엇일까요?
① 내가 다음 학기에 반장이 된다면 맡은 바 방임을 다하겠어.
②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길을 잃어 한참을 방임했지 뭐야?
③ 네가 키우자고 한 반려견이니 방임하면 안 된다. 먹이를 주는 일과 목욕시키는 일은 네가 맡으렴.
2.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교육자, 아동복지 서비스 제공자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다음 중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아닌 사람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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