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으로 돌려보내… 환자가 치료 고집땐 진료비 더 내게
정부 ‘메르스 후속’ 감염대책 마련… 격리병상, 보호자 출입 전면통제도
내년부터 비응급 환자의 대형 병원 응급실 이용이 대폭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드러난 의료 관련 감염 관리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형 병원의 응급실 이용 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복지부는 우선 응급실에 환자 분류소(선별 진료소)를 설치해 감염 의심 환자를 선별하고,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분류하는 진료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는 응급실에 온 환자를 응급과 비응급으로만 나누지만,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체계’를 도입해 좀 더 정교하게 구분할 계획이다.
이 분류 체계에 따르면 환자를 소생(蘇生·생명이 위급해 즉시 진료해야 하는 상태)과 중증, 응급, 준응급, 비응급 등 5단계로 나눈다. 또 응급실의 격리병상과 중증 환자 진료 구역은 보호자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다른 구역도 보호자 1인만 들어갈 수 있게 제한하기로 했다.
비응급이나 경증 환자가 대형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복지부는 내년 중에 구급대에서 비응급 환자를 대형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지 못하도록 응급의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환자 스스로 찾아왔을 경우에도 의료인이 준응급이나 비응급이라고 판단한다면 중소 병원 응급실로 돌려보내는데, 환자가 이를 따르면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거부하면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응급실 이용료는 대형 병원 5만 원, 중소 병원 1만8000원 정도인데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지금도 응급실에서 경증이나 위급하지 않은 환자를 중소 병원으로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반발이 크다”며 “단순히 의료비를 좀 더 많이 내게 하는 것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강현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환자가 지역 및 중소 병원을 가지 않는 이유는 정보와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며 “증상에 따라 어느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고 신뢰가 쌓여야지만 이 같은 쏠림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