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이 서울 유’ 속상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3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있는 ‘I·SEOUL·U’ 홍보판. ’서울시의 새 브랜드’ 등과 같은 부연 설명이 빠져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3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있는 ‘I·SEOUL·U’ 홍보판. ’서울시의 새 브랜드’ 등과 같은 부연 설명이 빠져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시가 두 달 전 새 도시 브랜드 ‘아이서울유(I·SEOUL·YOU)’를 선포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조례가 개정되지 않아 공식 문서에 표기할 수도, 이미 책정된 홍보 예산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각종 간판 및 차량 스티커 등을 교체하는 데 수십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새 브랜드를 둘러싼 논란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아이서울유’ 홍보 예산 2700만 원(홍보물 제작 등)의 집행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류 공연 등을 위해 책정된 내년 홍보 예산 22억7000만 원의 집행도 최대한 늦추기로 했다. 새 브랜드 홍보에 사실상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는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서울시 상징물 조례에 아직까지 ‘하이서울(Hi-Seoul)’이 상징물로 돼 있는데 이를 개정하지 않고 ‘아이서울유’를 사용하는 것은 조례 위반”이라며 강하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상징물을 바꾸는 조례를 다음 달 입법 예고하고, 내년 2월 시의회 상정, 3월 공포 및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례 개정 전까지 ‘아이서울유’ 홍보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서울 곳곳에 ‘아이서울유’라는 홍보 문구가 노출돼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미지 광고’다. “서울시의 브랜드”라는 말을 함께 쓰면 이는 조례 위반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빠져 있다. 선포식까지 열렸지만 새로운 브랜드라 대놓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시 도시브랜드담당관 관계자는 “설치된 홍보물을 철거하지는 않지만 부서별로 신규 설치 문의가 오면 홍보 자제를 안내하고 있다. 내년 홍보 예산 집행도 늦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홍보비 외에도 실질적인 각종 브랜드 교체비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신청사 및 별관, 각 사업소 및 본부, 구청 및 소방서, 투자출연기관 등에 ‘하이서울 브랜드 부착 현황 및 교체 비용’의 파악을 지시했다. 아직 최종 집계는 안됐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관악구는 청소차량 52대의 브랜드 교체비로 1040만 원(각 20만 원씩), 까치고개 생태다리에 설치된 브랜드 조형물 교체비로 200만 원 등 1240만 원을 신청했다. 서초소방서는 차량과 조형물 교체비로 735만 원을 신청했다. 한강사업본부는 차량과 선박, 각종 입간판 등의 교체비로 총 8480만 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서울에 25개 자치구와 23개 소방서가 있고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SH공사 등 아직 집계되지 않은 산하기관까지 감안하면 총 브랜드 교체비는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보비를 제외한 내년 브랜드 교체 비용은 4억 원만 책정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초에 일괄적으로 교체할 생각이 없었다. 순차적으로 천천히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아이서울유#서울시#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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