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동 나눔천사’ 이상락씨 “익명기부 사실 공개된뒤 주변에 산타가 늘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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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 주민’ 이상락 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 제공
‘신월동 주민’ 이상락 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 제공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쑥스러워하는 표정은 비슷했다. 하지만 ‘달라진 기부’를 말하는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경쾌했다. 2011년부터 ‘신월동 주민’이란 이름으로 매년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이상락 씨(63). 이 씨가 익명 기부의 주인공이란 사실이 지난해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그는 적극적인 공개 기부자로 변신했다. 이 씨는 “기부 사실이 알려진 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며 “공개 기부를 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개 기부를 실천에 옮기면서 이 씨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동참’. 그는 2015년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타일가게에 정수기 물통을 개조한 ‘모금함’을 설치했다. 기부에 동참하고자 하는 동료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거래처 직원은 물론이고 이 씨의 가게에 들른 신월동 주민들도 작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5만 원까지 쌈짓돈을 털었다. 한 달간 설치된 모금함에는 60여 명이 참가해 90만4250원이 모였다. 이 씨는 “말 그대로 ‘신월동 주민’들이 함께 기부한 것”이라며 “예쁜 손주들까지 고사리손으로 기부할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았다. 주민들이 모은 90여만 원에 자신이 낸 1억 원을 더한 성금을 전달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는 이날 1억 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들이 가입하는 ‘베스트도너클럽’의 13번째 회원으로 이 씨를 선정했다.

앞서 이 씨는 10월 대한적십자사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홀몸노인 등 불우이웃을 위해 신월동 주민센터에 쌀 100포대와 라면 100상자도 전달했다. 12월 20일에도 명동을 찾아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었다. 이 씨는 “한국의 기부문화가 많이 활발해졌지만 아직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돈이라도 기부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익명기부#기부#이상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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