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이나 지금이나 쑥스러워하는 표정은 비슷했다. 하지만 ‘달라진 기부’를 말하는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경쾌했다. 2011년부터 ‘신월동 주민’이란 이름으로 매년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이상락 씨(63). 이 씨가 익명 기부의 주인공이란 사실이 지난해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그는 적극적인 공개 기부자로 변신했다. 이 씨는 “기부 사실이 알려진 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며 “공개 기부를 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개 기부를 실천에 옮기면서 이 씨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동참’. 그는 2015년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타일가게에 정수기 물통을 개조한 ‘모금함’을 설치했다. 기부에 동참하고자 하는 동료들을 위해 만든 것이다. 거래처 직원은 물론이고 이 씨의 가게에 들른 신월동 주민들도 작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5만 원까지 쌈짓돈을 털었다. 한 달간 설치된 모금함에는 60여 명이 참가해 90만4250원이 모였다. 이 씨는 “말 그대로 ‘신월동 주민’들이 함께 기부한 것”이라며 “예쁜 손주들까지 고사리손으로 기부할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았다. 주민들이 모은 90여만 원에 자신이 낸 1억 원을 더한 성금을 전달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는 이날 1억 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들이 가입하는 ‘베스트도너클럽’의 13번째 회원으로 이 씨를 선정했다.
앞서 이 씨는 10월 대한적십자사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홀몸노인 등 불우이웃을 위해 신월동 주민센터에 쌀 100포대와 라면 100상자도 전달했다. 12월 20일에도 명동을 찾아 자선냄비에 기부금을 넣었다. 이 씨는 “한국의 기부문화가 많이 활발해졌지만 아직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돈이라도 기부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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