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사관 앞에 대학생 ‘소녀상 사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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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이전 반대” 수십명 5일째 노숙… 경찰 “만일 사태 대비 예의주시”

3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대학생들의 농성이 5일째 이어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대학생들의 농성이 5일째 이어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벌써 5일째다. 비교적 포근한 겨울 날씨였지만 바람 한 점 피할 곳 없는 거리 한복판에서 맞는 공기는 차가웠다. 지난해 12월 30일 한일 위안부 협상 결과에 반대하며 거리 농성에 나선 대학생 수십 명은 5일째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아침을 맞았다.

서울대학생 겨레하나, 청년하다, 청년독립군,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진보 대학생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협상안 폐기를 위한 대학생대책위원회’ 소속 대학생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수요집회 이후 지금까지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당초 30여 명이던 참가 인원은 주말을 맞아 50여 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시민을 대상으로 한일 협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소녀상 지키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었다.

새해 첫 주말을 맞아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소녀상 건립을 주도해 온 가주한미포럼(KAFC) 소속 최원 씨(25)는 “‘소녀상 철거나 이전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이곳을 방문했다”며 “미국 현지에서도 이번 협상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고 혹시 소녀상이 철거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해외 소녀상은 2012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 시립공원에 처음 세워졌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자선공연을 하고 있는 변미솔 양(14·예원중 2학년)은 이날 오후 2시 20분경 플루트 공연을 했다.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연주한 변 양은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2일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학생을 격려 방문했다.

시민들은 소녀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거나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소녀상의 꽉 쥔 주먹은 아직 펴지지 않았습니다” “역사학도로서 너무 늦게 왔습니다. 할머니 힘내세요” 등 소녀상 발밑에는 시민의 메시지가 담긴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손난로, 캔커피, 담요 등을 대학생들에게 건넸다.

경찰은 농성장 주변을 지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녀상 주변은 일본대사관에서 100m 이내로 수요집회를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집회나 시위가 금지된 지역이다. 또 지난해 12월 31일에는 대학생 30명이 일본대사관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뒤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침낭을 반입하려는 과정에서 한 차례 충돌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소녀상#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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