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자유학기제란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토론·실습수업이나 직업 체험활동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 1학년 1, 2학기나 2학년 1학기 중 1개 학기를 각 학교가 선택해 진행된다.
자유학기 동안 학생의 성취 수준, 성장과 발달 상황 등은 담당 교사에 의해 평가되고 학교생활기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에 기록된다.
지필평가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교과 수업을 소홀히 하면 교내 비교과 활동을 반영하는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에 지원할 때 불리할 수 있다. 교과별 성취 등급이나 원점수는 표시되지 않지만 학생이 △어떠한 태도로 △어떤 내용의 학습을 △몇 시간이나 했는지는 ‘교과학습발달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고스란히 기록되기 때문이다.
자유학기 동안 교과수업은 학생 참여형 수업이 권장됨에 따라 토론, 모둠활동, 프로젝트, 실험실습, 교과융합 등의 수업형태가 크게 늘어난다. 특히 서울의 모든 중학교는 입학 첫 해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므로 예비 중1은 모둠활동, 프로젝트 등 친구들과의 교류가 많은 새로운 수업방식에 재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신명숙 장학사는 “자유학기제를 계기로 학생 참여형 수업을 일반 학기로도 확산시켜 교과 수업을 개선하는 것이 ‘서울형 자유학기제’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교육부 주최로 열린 ‘2015 자유학기제 성과발표회’에서 발표된 자유학기 시범학교들의 우수 사례를 통해 자유학기에 달라지는 수업방식과 효과적인 대처법을 살펴보자.
늘어나는 모둠활동, 적극 말하고 경청하라
경기 풍무중 김지민 국어교사는 수업을 모둠활동 기반으로 진행했다. 효과적인 설명방식에 대해 가르칠 때는 “5세 어린이에게는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할아버지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드리려면 어떤 설명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등의 문제를 주고 모둠별 토론을 하게 하는 것. 교과 진도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 학생 각자가 자기 생각을 충분히 정리해 발표하는 수업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학생들의 발표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김 교사는 “모둠활동에서는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능숙해져야 한다”면서 “모둠활동은 함께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평가할 때 유일한 감점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을 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수업, 나의 장기 살려라
자유학기 교과수업으론 프로젝트 수업도 가능하다. 교과 단원별 핵심적인 학습목표를 제시한 뒤 학생들이 직접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하면서 학습목표에 가까이 다가가는 체험형 수업이다. 교육과정 운영이 자유로워 학생들은 여러 차시에 걸쳐 지역 탐방, 발표회, 책 만들기 등 프로젝트 중심활동을 펼칠 수 있다.
프로젝트 수업은 작문, 회화, 영상제작 등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므로 나만의 특기나 장점을 살려 프로젝트에서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 태도가 필요하다.
서울 개원중 이영옥 과학교사는 학교 인근 양재천에 서식하는 식물을 1년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식물도감’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그린 식물의 그림과 직접 찍은 사진을 모아 연말 전시회도 열었다. 학생들은 둘씩 짝을 지어 한 식물씩을 맡아 그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 교사는 “도감을 만들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손재주가 있는 학생,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 등 단계마다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달랐다”고 전했다. 프로젝트를 완수하기까지 자율적으로 역할분담을 해 작문, 파워포인트(PPT) 및 손수제작물(UCC) 제작 등 각자 과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수시로 활동지와 수행평가 등을 통해 목표 달성도에 대해 평가한다. 최종 결과물을 평가하는 포트폴리오 평가 외에도 자기성찰평가, 모둠 내 평가, 모둠 간 평가, 교사 관찰평가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학생의 태도를 평가한다. 이 교사는 “여러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이 각자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는지, 참여도와 적극성은 어떠했는지 등을 서술형으로 상세히 기록한다”고 말했다.
결과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의 학습 태도에 대해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혼자서만 열심히 해서는 곤란하다. 모둠활동이 많은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협력’의 과정도 평가 대상이기 때문.
대구 영남중 김병식 영어교사는 10차시에 걸쳐 ‘대구 근대골목 기행’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대구 근대 골목을 탐방한 뒤 마인드맵을 그려 장소에 대한 정보, 특징, 소감 등을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영어로 된 책을 만들었다.
이런 프로젝트식 수업을 하다보면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간극이 생기기 마련. 김 교사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기보다는 잘 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의 특기를 살리되, 필요할 때는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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