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 초등생과 고교생이 만난 뮤지컬 감독과 영화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21세기는 ‘콘텐츠’의 시대다. 실화가 영화로 옮겨져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고, 어린이 장난감과 만화를 뮤지컬로 각색해 무대에 옮김으로써 ‘원소스 멀티 유즈’(성공적인 1차 콘텐츠를 2차 3차 콘텐츠로 확대해 나가는 것)를 실현하기도 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요즘 국내에서 최고로 각광 받는 문화예술 전문가로 영화감독과 뮤지컬 감독이 손꼽힌다.

최근 초등생과 고교생이 최중민 뮤지컬 감독과 김학순 영화감독을 각각 만났다. 최 감독은 TV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를 어린이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2월 말까지 공연하는 ‘터닝메카드-화이투스의 비밀’을 연출한 인물. 김 감독은 2002년 6월 29일 일어난 이른바 제2연평해전을 영화화한 ‘연평해전’(지난해 6월 개봉)으로 600만 명의 관객의 마음을 흔든 주인공이다.》


초등생이 만난 뮤지컬 ‘터닝메카드’ 최중민 감독

“레이저빔, 동영상으로 실현”

최중민 감독(가운데)을 만난 서울 수명초 3학년 신지성 군(왼쪽)과 서울 정릉초 6학년 강채은 양.
최중민 감독(가운데)을 만난 서울 수명초 3학년 신지성 군(왼쪽)과 서울 정릉초 6학년 강채은 양.

뮤지컬 연출가는 각본을 바탕으로 배우의 연기, 무대배경, 조명 등을 종합해 무대에서 잘 구현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어린이 뮤지컬을 연출할 때는 동화나 만화, 장난감 캐릭터를 통해 한껏 키워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실제 무대 위에서 얼마나 실현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서울 정릉초 6학년 강채은 양과 서울 수명초 3학년 신지성 군이 TV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를 옮긴 어린이 뮤지컬 ‘터닝메카드-화이투스의 비밀’을 연출한 최중민 감독을 만났다.

“TV 애니메이션인 원작을 뮤지컬로 바꾸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신 군의 말에 최 감독은 “원작에 나오는 메카니멀(변신로봇)이 레이저를 쏘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해낼지 고민하다가 동영상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레이저빔 동영상을 내보내 마치 몸에서 레이저빔이 발사되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또 메카니멀을 무대에서 어린이 관객이 직접 보는 순간 ‘거대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최 감독은 키 270cm의 메카니멀 다섯 종류를 제작하기도 했다. 어린이 관객들이 무대 위 주인공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것도 뮤지컬을 관객 참여형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장치다.

소통능력이 중요

“뮤지컬 연출가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뭔가요?”(강 양)

최 감독은 ‘소통능력’을 꼽았다. 그는 “똑같은 장면을 두고 설명할 때도 연출가가 배우에게 할 때와 작곡가에게 할 때가 서로 다르다”면서 “배우에게는 인물의 외모, 말투, 감정을 설명해 배역에 몰입하도록 하는 반면, 작곡가에게는 인물 간 관계, 배경, 관객이 느끼는 감정 등을 설명해 이런 효과를 극대화 할 음악을 선택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최 감독은 “뮤지컬의 처음과 끝은 관객”이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어린이 뮤지컬을 연출할 때는 어린이의 마음과 눈으로 상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론 꿈이 이뤄지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이 실제로 이뤄지는 현장으로 가세요. 좋은 뮤지컬을 많이 보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관객 입장에서 어떤 뮤지컬이 흥미로운지를 알아야만 좋은 뮤지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최 감독)


▼고교생이 만난 영화 ‘연평해전’ 김학순 감독▼

“영화감독은 사회적 의무 지닌 창작자”

김학순 감독(가운데)을 만난 서울 동성고 3학년 김상엽 군(왼쪽)과 서울 이화여자외고 2학년 홍예은 양.
김학순 감독(가운데)을 만난 서울 동성고 3학년 김상엽 군(왼쪽)과 서울 이화여자외고 2학년 홍예은 양.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가 있는 촬영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영화감독.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영화제작을 주도한다.

서울 동성고 3학년 김상엽 군과 서울 이화여자외고 2학년 홍예은 양이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을 만났다.

“어떻게 ‘연평해전’을 만들게 됐나요”라는 홍 양의 질문에 김 감독은 “2002년 6월 29일 대한민국을 흔든 ‘두 개의 태극기’에 주목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날 서해에서는 느닷없이 공격을 해온 북한군에 맞서 싸운 우리 군인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온 국민은 터키와의 월드컵 3·4위 결정전에 열광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그날의 태극기는 온 국민의 손에 들린 응원의 태극기이지요. 그러나 그 시각, 서해에서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피 흘리며 죽어간 청년들 위로 나부끼던 태극기도 있었습니다.” (김 감독)

김 감독은 “목숨을 희생한 젊은 병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는 한편 앞으로도 이 땅에 살아갈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감독’이라는 업(業)에 대해 “사회적 의무를 가진 창작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영상과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기억해야 할 부분을 영화로 담아내려는 감독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치지 않는 열정이 중요

김 감독은 영화감독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삶에 대한 성찰’을 꼽았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

영화감독이 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김 감독은 “영화를 가르쳐주는 학교나 학원으로 가서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거나 시나리오를 써보는 게 시작”이라면서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영화가 제작되는 메커니즘을 직접 체험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부모님의 반대나 여러 이유로 현장 경험을 쌓지 못하면 영화감독이 되기 힘든가요”라는 김 군의 질문에 김 감독은 “꿈만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조금씩 시간을 내면 1분짜리 단편영화라도 만들 수 있어요. 지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청소년 시기부터 연출만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촬영도 하고, 시나리오도 써보고, 방송이나 상업광고 분야까지 진로를 다각화해 보세요. 오히려 지치지 않고 감독이란 꿈을 향해 달려갈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김 감독)

글·사진 공혜림 기자 hlgong37@donga.com,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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