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현장속으로]‘돌고래들의 무덤’이 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3시 00분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가 관람객들에게 쇼를 선보이고 있다. 2009년 문을 연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 6마리 가운데 3마리가 죽어 환경단체로부터 ‘돌고래의 무덤’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가 관람객들에게 쇼를 선보이고 있다. 2009년 문을 연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 6마리 가운데 3마리가 죽어 환경단체로부터 ‘돌고래의 무덤’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의 인기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은 고래생태체험관. 2009년 개장 이후 7년간 일본에서 수입했거나 출생한 돌고래 4마리가 죽었다. 환경단체로부터 ‘돌고래의 무덤’이라는 오명(汚名)을 듣고 있지만 울산 남구는 돌고래 추가 수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돌고래 사망 사실 “쉬쉬”

고래생태체험관이 문을 연 것은 2009년 8월. ‘한국 고래잡이(포경) 전진기지’인 장생포 고래관광지 개발 사업의 일환이었다.

울산 남구는 일본 와카야마(和歌山) 현 다이지(太地) 앞바다 훈련장에서 6개월간 훈련을 받은 돌고래 4마리를 같은 해 11월 수입해 사육했다. 돌고래가 사육되는 체험관 내 수족관은 길이 11m, 높이 2.6m, 너비 3.7m 터널식으로 바닷물 1200t이 채워져 있다. 관광객들은 유리 터널 안을 거닐면서 돌고래가 머리 위와 옆으로 헤엄치는 모습, 사육사와 함께하는 쇼도 볼 수 있다. 당시 수입된 돌고래에게는 고래와 장생포 머리글자를 따 부부는 ‘고아롱’(10년생·수컷)과 ‘장꽃분’(10년생·암컷)으로, 고아롱 동생은 ‘고이쁜’(7년생·암컷)과 ‘고다롱’(5년생·수컷)으로 각각 이름 지어줬다.

하지만 ‘고이쁜’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한 달 만에 죽었다. 남구는 2012년 3월 일본에서 2마리를 추가 수입했지만, 이 가운데 한 마리도 7개월 만에 죽었다. 또 2014년 3월에는 ‘장꽃분’이 낳은 새끼가 3일(65시간) 만에 죽었다. 지난해 8월 30일에는 ‘고다롱’이 죽었다. 6년째 체험관에서 잘 적응하던 ‘고다롱’은 같은 수컷인 ‘고아롱’과 싸우다 상처를 입고 한 달 만에 죽은 것. ‘관리 소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남구는 이 사실을 숨겼다.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 6마리 가운데 3마리만 살아 있다. 이에 남구는 돌고래 추가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돌고래 추가 수입 반대”

남구는 2016년 예산에 돌고래 2마리 수입비 2억 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체험관 관계자들이 일본을 방문해 수입 방안을 협의했다. 남구는 돌고래 2마리를 추가로 수입하면 수컷은 기존 체험관에, 암컷은 보조풀장에서 각각 사육할 방침이다. 보조풀장에는 관람객들이 고래를 직접 만져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체험관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돌고래 사육장에는 돌고래가 7마리 이상 있어 공연 이후 충분한 휴식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다”며 “돌고래 보호를 위해 추가 수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울산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한상진 등 3명)은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체험관 수족관과 보조풀장 크기를 감안하면 현재의 돌고래들이 놀기에도 부족하다”며 “매일 수백 km를 헤엄치는 고래들을 수족관에 가둬놓고 공연 스트레스를 주며 돈벌이에 이용하는 것은 동물 학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 돌핀스도 성명서에서 “일본 다이지는 돌고래 학살지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지난해에는 민간단체인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가 비윤리적으로 포획된 다이지의 돌고래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돌고래를 잇달아 죽인 울산 남구가 다이지에서 돌고래를 추가 수입하겠다는 것은 ‘생명 폭력’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남구는 돌고래 추가 수입 사실을 감춰오다 환경단체 성명서가 이어지자 “아직 정식 수입 계약은 체결하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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