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수저’도 모자라 특혜까지 챙겨준 장관 후보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0시 00분


오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공직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 가운데 자녀에 대한 특혜 논란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추모 씨는 2011∼2013년 서울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서 보충역인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했다. 2010년 보충역을 뽑지 않았던 이 업체는 이듬해 다른 2명의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IT 관련 자격증이 없는 추 씨만 뽑았다. 추 씨 퇴사 후에는 보충역 정원을 도로 병무청에 반납했다. 강 후보자는 정당한 규정과 절차에 따른 채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이던 강 후보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는 2011년 7월 9일부터 한 달 보름간 정부 예산을 받는 비영리재단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299만 원을 받았다. GGGI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연구기관이다. GGGI는 인턴 채용공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대학을 졸업한 그의 장녀는 어떻게 채용됐을까. 당시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기획단장이던 주 후보자가 알음알음으로 딸을 보냈다는 증언이 나온다. 서울대 교수인 이준식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의 차녀는 2007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후에도 이 후보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돼 2009년까지 건보 혜택을 받았다. 국적 포기자에 대한 건보 혜택은 2010년 이후 중단돼 불법은 아니지만 부모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역대 정부에서 많은 공직 후보자들이 위장 전입, 편법 증여,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등 4대 의혹에 걸려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후보자들의 역사관과 전관예우까지 검증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엄격해진 검증으로 다운계약서 작성 등 고전적 비리는 줄고 있지만 부모의 지위와 연줄을 이용한 ‘금수저 특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부모의 재산과 지위가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개천에선 용이 날 수 없다는 ‘수저 계급론’이 퍼져나가고 있다. 자식에게 금수저를 물려주는 상류층의 이런 부도덕한 행태에 실망하고 좌절한 청년들이 헬조선을 외치는 것 아니겠는가. 주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 시절인 작년 8월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이 결정되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 개혁을 강조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딸을 인턴으로 채용시킨 주 후보자의 말 다르고, 행동 다른 처신에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자녀 특혜 논란만큼은 청문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금수저#장관후보자#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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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추천 많은 댓글

  • 2016-01-06 07:56:16

    금수저.흙수저 구분말고요. 20대 총선부터 국회의원은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결정하니까 심사숙고해서 투표하시고, 총리.장.차관은 대통령의 직권으로 임명하지만서도 결국 대통령도 여러분이 뽑은 사람이니 간접 책임이 있으니 투표시 두눈을 부릅떠고 선출하시기요!......^_^

  • 2016-01-06 11:43:39

    강은희 후보는 추한꼴 보이지 말고, 스스로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이라도 보여다오.

  • 2016-01-06 09:47:42

    오직 양지에서만 자란 저들이기에 말과 행동이 다를수 밖에.... 소위 많이 배웠다던 저들의 입은 이상을 말하지만, 저들의 실제 생활은 지독한 이기심에 사로잡혀 자기이익 챙기기에 골목할 따름이다. 저들이 어떻게 이 나라, 이 국민을 이끌어 갈 지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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