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번 다시 우리 손녀들한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반드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89세는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이니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제121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단상에 오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단호한 외침에 시민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1992년 1월 시작된 수요집회는 이날 24주년을 맞아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독일 베를린, 캐나다 토론토 등 12개국 총 45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곳 집회에만 시민단체 회원, 대학생, 시민 등 약 1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2년 전 제작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 석고상이 등장했다. 김 할머니는 1991년 언론에 위안부 피해를 처음으로 증언한 주인공이다. 24년간 수요집회를 이끌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윤미향 대표는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 “정부가 이번과 같은 ‘굴욕적인 합의’를 체결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경남 양산에서 올라온 배서은 양(15·신주중 3학년)은 “전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집회에 참여한 뒤 할머니들이 받은 상처에 비해 일본의 사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교복을 입고 직접 만든 피켓을 갖고 온 학생들도 있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채인석 경기 화성시장 등도 함께했다.
수요집회가 끝난 오후 2시경에는 보수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보수국민연합 등 보수 단체 회원 150여 명(경찰 추산)은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러 나왔다”면서도 “과거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일본의 사과를 받아낸 것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그의 외조부이자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가면을 쓰고 욱일기 위에 무릎 꿇고 맞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12개 중대 8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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