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민의 공분을 사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11세 초등생이 친부에게 감금되어 상습적으로 학대 및 폭행을 당하고 방임되어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진 사건이었다. 아동이 스스로 탈출하여 살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필사적으로 과자를 먹는 장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고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사랑받아야 마땅한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로 고통받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어 애통함을 느낀다. 유례없는 학대 정황이 알려지자 국민들도 곳곳에서 아이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고 이제는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며, 따듯한 온정의 손길을 보내 주었다. 아이가 그동안 느껴 보지 못한 관심과 온정이 쇄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몇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을 살펴보려 한다.
우선 가정 내 학대와 교육적 방임을 뿌리 뽑고자 하는 확실한 대책과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아동학대 관련법과 제도는 아동학대 처벌법과 함께 발전하고 있지만 올해 예산안은 오히려 후퇴한 실정이다. 더불어 사회적 인식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신고의무자 교육 예산과 대국민 홍보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아동학대예방 사업은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 인식 변화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둘째로, 과도한 신상 노출에서 오는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 현재 아이는 일거수일투족이 과도하게 노출된 상황이다. 학대 장소였던 집과 폐쇄회로(CC)TV, 학대 정황이 상기되는 장면은 아이의 심리적인 안정과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피해 아동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의 과도한 관심은 삼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의 관심과 신고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전체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만큼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은밀하게 이뤄진다. 따라서 아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학대는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견 비율은 미국의 9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아동학대가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다. 이제는 남의 집 자식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깨고 ‘관심’을 넘어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예방 사업은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만 임시변통식으로 대책이 마련되어서는 안 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 아동학대가 우리 사회에 주는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단순히 아이들이 받는 피해뿐 아니라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남아 있는 심리적 후유증이나 학대의 대물림은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공익광고 중에 “의심되면 의심하세요. 의심이 안심입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도 이와 같다. 가정 내 문제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의심되면 착한 신고 112로 신고하여 아동학대 사건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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