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리지마” 11세 아들이 친부 흉기로 찔러 숨지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1일 03시 00분


가정폭력이 부른 비극

평소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초등학생 아들이 친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후 10시 47분경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A 군(11)이 아버지 B 씨(55·자영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B 씨는 A 군 어머니(46)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3시간 만에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A 군과 동생(6), 어머니는 외식을 한 뒤 오후 10시경 집에 들어왔다. 집에서 기다리다 가족의 늦은 귀가에 화가 난 B 씨는 A 군에게 “동생을 데리고 안방에 가 있으라”고 했다. 자신의 방에서 비명이 들려 A 군이 가 보니 B 씨는 “왜 늦게 들어왔느냐”며 어머니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고 있었다. 또래보다 덩치가 큰 A 군은 아버지의 폭행을 지켜보다 못해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와 아버지를 찔러 숨지게 했다. B 씨는 당시 술에 취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군이 “아버지가 수년 전부터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며 어머니를 자주 때렸다. 나도 반찬 투정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맞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B 씨의 폭력에 시달려 온 A 군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A 군이 범죄를 저질렀어도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만 14세 이하의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경찰은 보강 조사를 거쳐 가정법원에 사건을 송치할 방침이다.

이처럼 친족 살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가정폭력은 최근 5년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이 가정폭력 사범을 접수해 실제 검거까지 한 사례는 2011년 6848건에서 2012년 8762건, 2013년 1만6785건, 2014년 1만7557건으로 매년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8월까지만 2만5653건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사건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와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 사회경제적인 요인을 꼽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살인사건 중에서 친족 살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한 세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까지 대물림되는 문제가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폭력적인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폭력에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가정폭력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 전체에 불안감을 키운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찰 등 정부 관계자들은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용욱 경찰청 여성계장은 “다른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넘어가지 말고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가정폭력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포=황금천 kchwang@donga.com·유원모 기자
#가정폭력#11세#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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