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다둥이 아빠’다. 아이가 넷이다. 가족 6명이 한꺼번에 움직일 때면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마치 지구에 온 외계인이 된 듯한 느낌이다. 처음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며 웃어넘기는 여유가 생겼다. 주변 사람들의 질문 공세에도 익숙해졌다. 보통 아이가 넷이라는 말을 들으면 처음엔 “정말?” 하고 놀란다. 다음 질문은 열이면 열 모두 “집에 돈이 많으냐” “부모님이 부자냐”고 물어본다. 마지막에 “부럽다. 나도 한 명 더 낳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똑같다.
기자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돈을 많이 벌지도, 부모님이 부자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 네 명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어느덧 큰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나머지 아이 셋은 집 근처 어린이집에 다닌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세 아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어린이집에서 보낸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누리과정은 저출산 대책으로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이다. 2014년까지 국비가 일부 지원됐지만 지난해부터 교육청이 전액 교육재정부담금에서 충당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둥이 아빠인 기자에게 누리과정 논란은 남의 일이 아니다. 솔직히 보육료 지원은 가계에 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한 달에 얼마나 지원을 받았을까. 아이 한 명당 20만 원이 조금 넘는다고 하니 대략 60만∼70만 원을 받은 셈이다. 보육료 지원이 끊기면 이만큼을 직접 내야 하고 여기에 특별활동비 등을 포함하면 100만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첫째가 다니는 수학학원을 그만두게 할지, 둘째와 셋째가 좋아하는 태권도와 피아노 학원을 잠시 쉬게 해야 할지 당장 고민이다.
며칠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 대공황 때 이야기다. 하루가 급한 경제정책을 놓고 여야 정치인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상황을 보다 못한 은행장 한 명이 정치인들을 초청해 자신의 유람선에 태우고 허드슨 강변을 오가며 합의할 때까지 내려주지 않았다. 결국 정책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누리과정 문제도) 유람선인 아라호에 관계자들을 태우고 한강을 오가며 해결하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농담 같은 말이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자의 속마음과 딱 들어맞았다. 대책 없이 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교육청과 공약까지 하고도 발뺌하는 정부 모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세상에 태어난 지 고작 5, 6년밖에 안 된 아이들이 정쟁의 ‘인질’이 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을 잘 키우자는 목표가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 어느 당이 집권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선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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