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더라도 사진의 주인공이 스스로를 찍은 ‘셀카’였다면 성폭력범죄특별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선박수리공인 서모 씨(53)는 은밀하게 만나온 유부녀 A 씨(52)로부터 2013년 11월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받았다. 앙심을 품은 그는 A 씨가 보내온 ‘선물’로 복수를 계획했다. 둘의 사이가 좋을 때 A 씨가 자신의 알몸 사진을 찍어 서 씨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것을 퍼뜨리기로 한 것이다.
서 씨는 A 씨가 자신의 딸이 노래를 잘 부른다며 보여준 유튜브 동영상의 댓글에 A 씨의 나체사진이 올라가도록 자신의 구글 계정에 A 씨의 알몸 사진을 설정했다. 보통은 구글 계정을 만들 때 본인의 얼굴이나 경치사진 등을 설정한다. A 씨의 딸에게는 엄마의 불륜 증거를 보여주는 끔직한 복수였다. 서 씨는 또 A 씨 남편에게 “재미있는 파일 하나 보내드리죠”라는 협박 문자를 보내고 A 씨에게는 “가족을 파멸시키겠다”며 1000만 원을 요구했다.
공갈 미수, 성폭력범죄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 씨는 1, 2심에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서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나체 사진을 공개한 부분은 무죄”라며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범죄특별법상 촬영물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을 뜻하고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찍은 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법률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서 씨의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사생활 침해 및 음란화상 유통 금지를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만큼 ‘셀카’라고 해서 무조건 위법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며 이번 판결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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