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말 MOA 최종 수정안에 인천시 ‘실거래가 토지매입’ 요구
이견 커지며 중동자본 유치 불투명
“개발 대상지의 위치, 규모가 수시로 바뀌면서 ‘조각 땅’을 개발하라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인천시가 돌연 실거래 가격으로 땅을 매입하라고 하니 외자 유치를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중동 투자자)
“투자 유치에 대한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고 개발 사업이 무산됐을 때 누가, 어떤 식으로 부담을 지느냐에 대한 문제를 확실히 짚어야 합니다. 검단 개발이 지역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지가 제1의 기준입니다.”(인천시 관계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 동행하면서 성사시킨 인천 검단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각서(MOA) 체결을 앞두고 인천시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투자청(ICD) 간 견해차가 더욱 커지면서 중동 자본 유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러자 사업 대상지 원주민들로 구성된 ‘검단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단신도시를 아파트 숲으로 만들지, 미래 도시로 건설할지 심사숙고해 달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스마트시티는 정부가 2007년 지정한 검단신도시 1지구 11.2km² 내에 들어선다. 인천시와 ICD는 4조 원의 중동 자본을 유치해 390만 m²에 정보통신기술과 미디어 콘텐츠 등 첨단기술을 동원한 미래형 지식클러스터 도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영기업인 두바이 스마트시티 자베르 빈 하페즈 최고경영자(CEO)가 4번이나 검단 현지를 방문했고,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스마트시티의 한국 지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MOA를 맺으려 했으나 인천시가 스마트시티 개발지를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해줄 것을 요청하는가 하면 검단신도시 내 개발지를 3차례나 변경하고 규모도 축소하는 등 국제적 관례를 벗어난 엉뚱한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말 양측이 MOA 최종 수정안에 합의한 상태에서 인천시가 다시 1일 ‘두바이투자청이 실거래가(Market Terms)로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는 조항 삽입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계약 파기론이 불거졌다.
인천시는 두바이 국영기업 주도의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지난해 6월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구체적인 스마트시티 계획안을 제시받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에 투자한 두바이홀딩스가 제주와 경기 파주에 검단신도시와 유사한 사업 계획을 타진하다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인천 용유도와 무의도에서 에이시트 국제관광단지 등 대규모 외자 유치 사업에서 쓰라린 실패의 맛을 본 터라 이번 MOA 체결에 앞서 각 항목을 조목조목 따지고 있는 것. 투자협상을 주도하는 인천시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토지보상금 4조3000억 원에 대한 금융 이자만 월 100억 원에 달한다”며 “스마트시티 개발이 무산되지 않도록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사업 규모를 축소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두바이투자청의 투자 포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앙대의 검단 유치가 실패로 그친 데다 당장 또 다른 투자자를 물색하기도 힘들어 아파트 중심의 개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개돈 검단신도시연합대책위 사무국장은 “헐값 보상을 받은 주민들은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 개발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검단 주변에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어 베드타운 형태의 개발은 미래를 어둡게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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