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女, 유명사업가 80대 아들에 접근… 만남 두달만에 토지양도 첫 ‘작업’
혼인신고후 모든 재산 처분뒤 사라져… 자산가, 거리서 음식 얻어먹다 발견돼
체중 10kg 줄어… 가족, 혼인무효訴
국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유명한 사업가의 아들인 A 씨(83)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 등 90억 원을 불과 10개월 만에 모두 잃었다. 젊은 시절 외국에서 일했던 A 씨는 한국에 귀국해서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했다. 이후 A 씨는 나이가 들어 치매를 앓게 됐고 미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80세인 2013년 여름 A 씨는 알고 지내던 목사를 통해 또 다른 목사인 박모 씨를 소개받았다. 박 목사는 A 씨에게 이모 씨(61·여)를 소개했다. A 씨의 재산은 이때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씨는 A 씨를 만난 지 2개월 만인 2013년 10월 A 씨 소유의 서울 종로구 일대 토지를 본인에게 넘겨준다는 토지양도증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증서에는 “10년간 성심성의로 돌봐준 은혜에 보답하고 하나님에게 가는 날까지 돌봐주기로 하는 것으로 해 이 토지를 이 씨에게 양도한다”고 적혀 있었다.
또 이 씨는 A 씨의 유언장을 작성토록 했다. 유언장에는 “반평생을 돌봐준 이 씨에게 전 재산을 양도하기로 하고 자식, 형제 등 누구도 이유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이 씨는 같은 해 10월 A 씨를 미국에 데려가 그곳에 보유하고 있던 펀드 등을 모두 현금화하고 11월에 귀국했다. 종로구에 가지고 있던 토지를 팔아 2억4000만 원을 가져가기도 했다.
이후 이 씨는 A 씨를 데리고 계속 주거지를 옮겨 다녔다. A 씨의 휴대전화 번호도 변경해 가족과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상태로 지내다 결국 이 씨는 2014년 1월 3일 A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A 씨 재산을 처분했다. 공시지가로만 71억 원에 이르는 종로구 일대 토지 등 총 90억 원어치의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으로 바꿨다. 불과 10개월 사이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 부동산을 처분하고 이 씨는 2014년 10월 13일 A 씨와 이혼했다.
혼자 남겨진 A 씨는 배가 고파 2014년 겨울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을 돌아다니다가 경찰에 발견됐다. A 씨는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 방치된 채 살고 있었다. 2013년 12월 몸무게가 65kg이었던 A 씨는 경찰에 발견돼 자식에게 인계된 2014년 11월에는 55kg에 불과했다.
A 씨 측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가정법원에 이 씨를 상대로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혼인 무효가 되면 이 씨가 처분한 재산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A 씨 측은 “치매로 혼인을 식별할 의사 능력이 없었다”며 이 씨가 한 혼인신고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A 씨가 작성한 토지양도증서나 유언장에는 이 씨를 10년이나 반평생 알고 지냈던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2개월 전에 알게 된 사이였던 점도 덧붙였다. 또 “이 씨는 부부관계를 설정할 의사 없이 A 씨의 재산을 가로챌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혼인신고가 됐더라도 당사자 일방에게만 부부관계 설정을 바라는 효과의사가 있고 상대방에게는 그런 의사가 없는 혼인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
가사 전문 법관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최근 나이가 들어 치매 등으로 몸이 불편한 자산가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해 가장 혼인을 했다 재산을 빼돌리고 이혼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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