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90세 할머니 “나도 위안부 피해자…평생 숨겨왔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15시 57분


부산 영도구에 사는 90세 할머니가 “일제 강점기 때 위안부로 끌려갔던 사실을 평생 숨겨왔다”며 뒤늦게 털어놨다.

박선립 할머니(90)는 13일 오전 영도구 신선동주민센터에 위안부 대상 등록 신청서를 접수했다. 박 할머니는 “스무살 무렵 고향(경남 고성) 뒷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일본 경찰이 오더니 머리채를 잡아끌어 차에 태웠다”며 “기차와 배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결국 일본 오사카(大阪)로 갔다”고 했다. 할머니는 그 곳 군부대에서 낮에는 청소 등 잡일을 했고 밤에는 일본군을 상대했다고 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총과 군홧발로 구타를 당했고 일본말을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곳에는 어린 여자들이 많았는데 도망치다 걸려 죽도록 맞는 모습도 여러번 봤다”고 했다.

할머니는 4개월가량 일본에서 갖은 고초를 겪고 광복이 돼 일본에서 귀국선을 얻어타고 부산으로 건너왔다. 이후 결혼을 한 뒤 행여 자식들한테 누가 될까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딸 외에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고 살았다. 그는 “위안부 협상도 끝났다고 해서 그동안 숨기고 살았던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며 “다 끝났으니 이젠 내가 겪은 수모도 다 잊어버릴까봐 죽기 전에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도구는 할머니로부터 위안부 대상 등록 신청서를 받아 위안부 인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피해가 접수되면 사실 여부를 밝히는 전문가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42명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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