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시각장애 승객에 서약서 ‘갑질’

“사고나도 책임 안묻겠다” 서명요구

저비용항공사 이스타항공이 시각장애인 승객에게 ‘여행 중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 작성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이스타항공 등에 따르면 2급 시각장애인이자 시각장애학교 교사인 조모 씨(36)는 10일 아내 및 자녀 두 명과 이스타항공을 타고 제주 여행을 갔다가 12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속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카운터 직원이 조 씨가 시각장애인임을 알고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보통 항공사들은 생명이 위독한 수준의 환자에게 서약서를 받긴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 받는다는 규정은 없다. 조 씨는 “그간 서약서를 쓴 적이 없고, 이틀 전 이스타항공을 탈 때도 서약서를 쓰지 않았다”며 항의했고, 한 시간 정도 승강이를 벌이고 나서야 서약서를 쓰지 않고 여객기를 탈 수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스타항공 측은 “외주 조업사 직원의 착오로 서약서를 요구한 것”이라며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