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암시 등 학문자유 넘어 인격권 침해… 9000만원 배상하라”
피해자 9명에 1000만원씩… 저자 박유하교수 “항소할 것”
위안부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책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사진)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에게 총 9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위안부의 매춘행위를 암시하는 등 일부 내용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박창렬)는 이옥순 할머니(89)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측에 1000만 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일본군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고 하는 등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의미로 원고들의 명예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박 교수의 표현은 학문의 자유를 넘어선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책 중 문제가 된 34곳의 표현 중 32곳의 표현이 원고의 명예훼손이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또 “명예훼손의 해당 여부는 표현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 등이 아니라 표현의 객관적 의미 및 평가에 의해 판단된다”며 명예훼손 의도가 없었다는 박 교수의 주장을 일축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계자들은 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원고 측 양승봉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로, 할머니들이 느낀 좌절감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개인의 책이 할머니들의 삶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정확히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본 우익 학자의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명예훼손을 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이러한 점이 반영되지 않은 판결”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 할머니 등 9명은 2014년 9월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출판 판매 등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3000만 원씩 총 2억7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2월 원고 측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현재는 문제가 된 34곳의 표현을 삭제한 책이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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