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안전 약자를 위한 재난대응 시스템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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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서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박문서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장애인이나 노인은 안전사고에 극히 취약하다. 이들은 신체와 인지 능력에서 대피가 어려워 소규모 화재로도 많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계층을 ‘안전 약자’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등록 장애인은 2014년 기준 약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 수준이다.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안전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중요한 과제다.

현재 안전 약자를 위해 개발된 대피 행동 매뉴얼도 ‘피난로를 통해 안전구역으로 대피할 것’과 같이 아주 간단한 내용만을 제시하고 있다. 자력 이동의 가능성이 낮은 안전 약자의 대피는 사실상 활동 보조인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서울시 요양보호사 및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193명 중 여성 인력이 65.3%를 차지한다. 현행 법규에서 명시하고 있는 무거운 대피 기구로는 대피 지원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의료 복지 시설의 요양보호사 배치 기준(입소자 2.5명당 1명) 또한 입소자 수에 따라 고용해야 하는 총인력을 의미한다. 주야간 또는 3교대 근무 등을 생각한다면 실제 대피 시에는 요양보호사 1명이 7명 이상의 안전 약자를 대피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에는 안전 약자 스스로의 재난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 안전 약자 유형별 취약점을 고려한 대피 지원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실제 안전 약자의 재난정보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재 시 시각장애인은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화재 정보를 전달해주기 전까지는 응급상황임을 인지하기 어렵다.

특히 화재 상황은 시각적인 인지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평소 생활을 하는 익숙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어떤 출입문이 봉쇄되었는지, 어디에서 불길이 시작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럴 경우 음성이나 진동 경보를 이용하여 재난의 발생 및 진행을 신속하게 알려 대피시간을 줄일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하지 관절 변형을 갖고 있는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는 비교적 빨리 화재 발생을 인지하고 대피를 시도했다 하더라도 보조인력 없이는 대피가 곤란할 수 있다. 긴 이동시간 동안 화염 및 유독 가스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휠체어 등 추가 이동 지원기구를 사용해 대피를 가능케 하는 피난설비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안전 약자의 공통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요청 도구의 도입이 필요하며, 안전 약자의 위치 파악 기술 등 효과적인 구조를 지원하는 기술 개발도 요구된다.

‘국민안전’은 선진국 길목에 있는 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임이 분명하다. 특히 안전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2016년 한 해 우리에게 맡겨진 숙제다.

박문서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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