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은 무조건 이과”… 학부모 쏠림에 科高 ‘뜨고’ 外高 ‘지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4일 03시 00분


초중고-학원가 신풍속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등의 말이 유행하면서 최근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는 “내 자식은 무조건 이과를 보낸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과 선호 현상은 최근 특수목적고 경쟁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입시 열풍의 주역이었던 외국어고(31곳)는 2015학년도 2.31 대 1이던 경쟁률이 2016학년도에 1.93 대 1로 떨어졌다. 대원외고 등 서울지역 외고 6곳도 모두 경쟁률이 하락했다.

그러나 과학고(20곳) 경쟁률은 2014학년도 2.94 대 1, 2015학년도 3.70 대 1, 2016학년도 3.73 대 1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어 대입에서 영어 변별력이 약화돼 외고 진학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라며 “과고는 내신이 불리해도 수학·과학 특기자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넓고 최근의 이공계 선호 현상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조기 수학·과학교육이 성행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A학원 겨울방학 특강반은 영어는 2개인 반면 수학은 10개가 넘게 개설됐다. 이 학원 실장은 “문과는 연고대를 나와도 답이 없다며 이과를 보내겠다는 중학생 학부모가 많다”고 했다. 같은 지역의 B과학학원은 “자녀가 수학·과학에 소질 있는 것과 관계없이 이과를 보내고 싶다며 찾아오는 중학생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문과를 선호했던 여고도 이과를 늘리는 추세다. 본보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수능 수학과 탐구과목 응시자를 기준으로 이과 비율을 따져 보니 세화여고는 2013년 30.7%에서 지난해 41.6%로, 혜원여고는 36.6%에서 40.2%로 늘렸다.

취업을 고려해 교차지원이 되는 자연계열에 지원하는 문과 학생도 많다. 이러한 모집단위의 인문계 학생 경쟁률은 2015학년도 7.09 대 1에서 2016학년도 7.89 대 1로 올랐다. 숙명여대 통계학과는 인문계 할당 인원이 6명인데 271명이 몰렸다. 인하대 공간정보공학과는 인문계 4명을 뽑는 데 105명이 지원했다.

문과 학생들은 취업난과 열악한 처우를 호소한다. 고려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은 “백분율 점수가 같은 이과 친구는 ‘SKY’에 합격했는데 나는 떨어져 재수하느라 1년을 허비했다. 삼성전자 마케팅부에 취업한 문과 친구가 ‘행사 때 인형탈을 쓰고 호객 행위를 한다’는 말을 듣고 어떤 직업을 택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다니는 여학생은 “이과는 석사 학위만 있어도 현대자동차에 고액 연봉을 받고 취직하는데 문과는 석·박사 학위가 있어도 취업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문·이과 졸업생 간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인문계열은 10만1000명, 사회계열은 21만7000명의 인력이 초과 공급된다. 그러나 공학계열은 21만5000명이 부족하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문·이과 미스매치를 해결하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2021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학은 문과형과 이과형으로 나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 일선 고교에서 분반 수업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강성휘·한기재 기자 
#문과#이과#취업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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