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의 대사를 패러디한 이 말이 요즘 보건복지부와 병원계 안팎에서 돌고 있다. 오송은 질병관리본부가 있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을 가리킨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우회적으로 담은 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1월 1일자로 차관급 조직으로 거듭났다. 메르스 당시 드러난 방역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조직을 진두지휘할 질병관리본부장은 2주째 공석이다. 유력한 후보들이 고사하면서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실장급이던 본부장에는 보통 의사 출신의 복지부 국장급 공무원이 승진해서 가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면서 한 번에 두 단계나 승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내부 승진이 어려워졌다. 서울 주요 대학 의대의 감염내과, 예방의학과 교수 등 외부 인사 영입이 점쳐졌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본부장직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독이 든 성배’가 돼 버렸다. 본부장직을 고사한 서울대 의대 출신의 A 교수는 “본부장은 정치권, 청와대, 기획재정부, 복지부에 불려 다니면서 방역 일선까지 챙겨야 하지만, 정작 일이 터지면 책임은 혼자 뒤집어쓸 공산이 크다”며 “교수, 병원장 정도 되면 성공한 의사들인데 굳이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출신의 B 교수는 “공백이 생기면 연구과제를 중단해야 하고, 환자가 떨어지고 박사급 제자들도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이를 다 버리고 차관급에 열정을 바칠 의사가 쉽게 나오겠느냐”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우수한 의사 인력의 충원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면서 ‘의사 출신은 국장 이상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은 명예 하나만 보고 공직에 들어온다. 실장급 자리가 사라지면서 ‘이제 의사는 국장급이 끝이다’라는 인식이 커졌다”라며 “보건 당국이 조직만 키웠지 내부를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로드맵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메르스 사태에 따른 징계로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급 센터장은 사실상 모두 공석이 됐다. 지금 다시 메르스가 창궐하면 누가 방역 일선을 지킬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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