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과제에 ‘수사-기소 분리’ 명시… 검-경 갈등 4년 만에 재연될 수도
일각 “30년 비전… 사실상 독립 포기”
경찰이 향후 30년간 추진할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로 ‘수사권 독립’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1년 6월 검경 간 일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고 4년여 만에 경찰이 다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경찰청 새경찰추진단은 14일 오전 새경찰추진자문위원회를 열고 ‘경찰 미래비전 2045’를 발표했다. 지난해 경찰 창설 70주년을 맞아 KAIST 미래전략대학원이 경찰청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내용이다.
미래비전에는 ‘정예경찰―당당한 법 집행력 기반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담당하도록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수사권 독립으로 경찰이 일반 사건 수사를 맡고 검찰은 특수한 사건이나 공소 유지를 위한 수사와 지휘만 하자는 내용이다.
미래비전은 헌법 개정을 통한 경찰의 영장 청구권 확보도 주장했다. 현재는 구속과 체포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이 필요하면 경찰은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이 이를 받아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래비전은 “강제처분 시 법원·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다는 영장주의에 따라 검찰은 적법성 검토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비전에 수사권 독립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경찰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권 조정 이행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간부는 조기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장기적 미래비전에 이를 포함한 것은 사실상 포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미래비전에는 첨단과학기술을 치안행정에 접목하는 ‘과학경찰’과 분야별 전문 능력을 키우는 ‘정예경찰’, 시민이 치안 공동 주체로 참여하는 ‘시민경찰’을 비전으로 9가지 추진 전략과 27가지 주요 정책 과제가 담겼다. 스마트 치안활동 과제와 관련해 불법 폭력 집회·시위 대응 방지책으로 저주파 음향기 등의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저주파 음향기는 울렁거림, 심리적 불안을 일으켜 상대방을 무력화하는 도구인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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