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수개월간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학교시설 개선 예산안이 시의회 심의에서 명확한 이유 없이 대거 뒤바뀐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학교시설 교육환경개선 사업 예산 심의 과정에서 ‘쪽지 예산’을 통해 시의원들의 선심성 사업예산 요구를 대거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회의 ‘갑질’로 시급한 학교시설 개선 사업 순위가 엉뚱하게 바뀌는 일이 벌어진 것.
학교시설 교육환경개선 사업은 수요조사→교육청 평가→우선순위대로 예산 배정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지난해 4월부터 2016년도 교육환경개선 사업 수요 조사를 실시했고, 이에 따라 서울지역 2137개 학교가 2782개 사업에 6137억 원을 신청했다. 이후 시교육청은 시의원, 학부모, 전문가가 참여한 현장검증단까지 운영하며 학교들이 신청한 사업 총액의 29%(1788억 원)를 순위에 따라 올해 예산안에 배정했다.
그런데 시의원들까지 참여해 6개월간 만든 사업우선순위가 의원들의 선심성 ‘쪽지 예산’ 때문에 일거에 바뀌었다. 본보가 확인한 결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전기시설개선 분야에서 A고교의 본관동 조명기구 교체(9억9138만 원)와 생활관 조명기구 교체(3366만 원), B중학교의 본관 조명기구 교체(3억3450만 원) 사업은 우선순위가 각각 8∼10위로 시교육청이 편성한 예산안에 포함됐다.
그런데 시의회 심의를 거치면서 이들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그 대신 후순위 학교 또는 시교육청에는 신청조차 하지 않은 학교의 사업이 최종 예산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순위 13위로 시교육청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C중학교의 교사동 조명기구 교체 사업(6억8634만 원)과 시교육청에 사업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D고교와 E초교의 조명개선 사업이 확정 예산에 포함된 것이다. 성동구의 F고교는 우선순위에 따라 배정한 시교육청의 예산안에는 단 하나의 사업도 편성되지 않았는데, 정작 시의회 심의를 거치면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통학로 아스콘 포장 등 4건의 사업 예산으로 무려 8억8600만 원을 배정받았다.
예산심의는 의정활동의 일부지만 당국과 전문가들이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예산을 요청한 학교는 무시하고 사업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특정 학교에 예산을 배정하는 건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적지 않은 행정력을 투입해 만든 사업순위가 지켜지지 않으면 행정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며 “우선순위가 지켜지지 않은 사업이 얼마나 예산에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