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협회장선거 불법운동”… 선관위, 檢에 수사의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03시 00분


결선투표 직전 “김병원 꼭 찍어달라”… 최덕규 후보 명의 문자 선거인단 발송
崔씨, 金후보 손잡고 투표장 돌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첫 호남 출신 인물이 선출된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중앙선관위는 농협 회장 선거 당일인 12일 오후 결선투표 직전에 ‘2차에서는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선거인단에 발송된 사실을 확인했다. 문자메시지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수차례에 걸쳐 집중 전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누가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지만 문자메시지에 ‘최덕규 올림’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영남 출신의 합천가야농협조합장으로 기호 2번으로 출마했지만 2차 투표인 결선투표에는 오르지 못했다. 1차 투표에서 74표를 얻었지만 후보 6명 중 3위에 그치면서 1위를 차지한 수도권 출신의 이성희 후보와 2위인 호남 출신 김병원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김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289명의 선거인단 중 163표를 얻어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중앙선관위는 최 씨의 혐의를 두 가지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최 씨 명의의 지지 문자 발송은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66조에 각종 선거운동 제한 규정에 해당된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이날 1차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최 씨가 당시 김 후보의 손을 들어 올린 뒤 투표장소인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을 돌아다닌 행위도 김 후보의 지지를 유도한 것으로 같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실제로 최 씨는 투표장에 있던 선관위 직원들의 제지를 받고 난 뒤에야 투표장을 돌아다니는 행위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경기농협조합장들도 선거 당시 불법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조합장은 “결선투표 때 최덕규 후보(2번)가 ‘기호 6번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조합장들에게 3회 보냈다”며 “현장에서도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등 불법 선거가 이뤄졌다”며 관계 당국의 조사를 촉구했다.

최 씨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가 위법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최 씨의 자택 등을 방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했지만 통화 연결이 안 됐다고 한다.

검찰은 중앙선관위가 최 씨를 비롯해 신원 파악이 안 된 휴대전화 발송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조만간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고성호 sungho@donga.com·김성모 기자
#농협회장선거#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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