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폰트(컴퓨터에서 사용되는 글자의 모양)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다. 폰트 파일은 저작물이므로 적법한 거래를 통해 이용하여야 한다. 흔히 폰트 파일을 ‘샀다’고 하지만 파일의 저작권이 이용자에게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는 파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을 뿐이고 저작권은 여전히 개발자 쪽에 있기 마련이다.
만일 개발자가 무료 폰트 파일을 뿌렸다면 그 폰트의 이용이 저작권 침해일 리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바탕체 한글, 돋움체 한글 등 폰트 파일 8종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개발자가 창작한 폰트 파일을 함부로 복제해 배포하거나 인터넷에 올린다면 복제권, 배포권, 공중송신권 등 저작권 침해의 형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품 폰트 파일을 구매했다고 해도 저작권자가 명시한 이용 허락의 범위를 넘은 경우 적어도 계약 위반의 민사 책임이 뒤따른다.
폰트 파일에서 출력한 글자를 인터넷에 올렸거나, 간판으로 혹은 교재 제목으로 몇 개 이용했다 법무법인의 ‘통고서’를 받았다는 하소연이 많다. 대체로 이용 허락의 범위를 넘었거나 불법 파일을 이용한 경우였을 터이다.
그러나 개중에는 침해라고 단정하기 곤란한 사안도 보인다. 오히려 불만은 고소 대리인들의 행태에 집중된다. “고소 대리인들이 공세적으로 인터넷을 뒤져 이용자를 찾아내고 형사 고소를 무기로 폰트 파일 패키지 전체의 구매를 강요한다”는 비난이 그런 예다. 만일 이런 비난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업무 행태가 변호사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현행법상 저작권 침해는 금액 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 2008년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고안했다. 초범이거나 사안이 경미한 청소년이 8시간 저작권 교육을 받으면 기소유예를 하는 제도이다. 다행히 매년 수강생이 줄기는 하지만 아직도 연 2700명 정도가 이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
저작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권리 행사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무단 이용이 허용될 수는 없으나 과도한 권리 주장도 수긍하기 어렵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