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관광객들이 돝섬 해상유원지로 들어가기 위해 부두로 향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엔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여객터미널에 휴식 공간 하나 없네요.”
14일 오후 2시 50분경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돝섬유람선 터미널. 전국초등교장협의회 총회 참석차 창원에 왔다가 동료 50여 명과 함께 관광지인 돝섬에 들어가려던 충남 모 초등학교 이모 교장(58)은 “터미널이 썰렁하다”고 말했다.
과거 마산연안여객선터미널이 있었던 자리 옆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다. 돝섬터미널로 사용된 이곳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천막을 설치했지만 중장비 소리에 먼지도 날렸다. ㈜돝섬해피랜드(대표 오용환)가 운영하는 가고파 1호를 타고 돝섬으로 들어가려면 가건물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대기해야 한다. 화장실은 이동식뿐이다.
창원(마산)의 대표 관광지였던 이곳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창원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 돝섬해피랜드는 2012년 9월 14일 기존 연안여객선터미널이 폐쇄되면 돝섬터미널을 마산항 제2부두로 옮기는 데 합의했다. 마산항과 돝섬 사이의 바다를 메워 조성하는 마산해양신도시(인공섬) 건설 사업에 따른 조치였다.
연안크루즈종합여객선터미널이 포함된 제2부두는 기존 부두에서 1.2km 정도 떨어져 있다. 3자 합의에 따라 해양청은 2013년 7월 1일 연안여객선터미널의 기능을 폐지했고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철거에 들어갔다.
돝섬해피랜드 오 대표는 “해양청으로부터 제2부두에 배를 댈 수 있는 허가를 받은 뒤 부두 사용허가권자인 창원시에 사용 동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창원시 해양사업과는 이전을 요청하고 관광과는 이를 반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안상수 시장이 직접 나서서 관광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창원시 내부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돝섬해피랜드는 컨테이너 임시사무실도 곧 문을 닫아야 한다. 해양청 허가 기간이 2월 13일까지이기 때문.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돝섬 뱃길이 끊길지 모른다. 이 회사는 최근 창원시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2월 중순까지 부두 이전이 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내기로 했다.
창원시는 돝섬해피랜드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18일 돝섬해피랜드와 제2부두를 사용하고 있는 창원국동크루즈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김충관 제2부시장 주재로 회의를 열었으나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오 대표는 “창원시가 약속에 따라 터미널만 이전하면 된다. 국동크루즈는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시가 국동크루즈는 지나치게 봐주면서 영세업체인 해피랜드를 궁지로 몰아넣는 편파 행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원시는 “부작용이 없도록 가까운 시일 안에 원만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시 소유인 돝섬(11만2000m²)은 마산항에서 1.5km 떨어진 국내 최초 해상유원지. 1986년에는 111만 명이 찾는 등 32년 동안 1400만 명이 방문했다. ㈜돝섬해피랜드는 마산항과 돝섬 사이의 여객선을 독점 운항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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