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은 12일부터 신광면 함정리에 구제역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이동 차량을 소독을 하고 있다. 함평군 제공
“저기 차가 들어옵니다.”
하얀 방역복을 입은 여성 근무자가 긴급하게 외치자 고압 분무기를 든 남성 근무자가 트럭을 길가에 세운 뒤 액체 소독약을 뿌려 댔다. 18일 오후 전남 함평군 신광면 함정리 신광주유소 앞에서 도로변에 설치된 방역 초소는 긴장감 속에 바쁘게 돌아갔다. 이 도로는 전남 영광에서 함평으로 들어오는 길목인 국도 23호선으로, 왕복 2차로 도로다. 신광면사무소 공무원과 인근 주민들은 구제역이 전북을 습격한 12일부터 1주일째 방역에 나서고 있다. 신미숙 신광면사무소 산업계장(48·여)은 “공무원 1명과 주민 1, 2명이 한 조를 이뤄 하루 2교대로 초소를 지키고 있다”며 “추위와 피로가 겹쳐 힘들지만 구제역으로부터 우리 지역을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평은 한우 3만4420마리(1164가구), 돼지 8만4023마리(43가구)를 포함한 우제류 11만8443마리(1207가구)를 키우고 있다.
안병호 함평군수는 “2011년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위세를 떨칠 때도 민관이 힘을 합해 구제역 청정지역을 사수했다”며 “방역상황실을 가동하고 긴급 소독약을 공급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구제역 청정지역’ 사수 안간힘
1934년 이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전남도는 바이러스 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도 경계에서 불과 5km 떨어진 전북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만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남도는 시군 간 주요 도로 35곳에 거점 소독 시설을 설치하고 예비비 10억 원을 긴급 투입했다. 전남도동물위생시험소는 사전 혈청검사와 의심 가축 신고 시 신속히 대응하도록 역학조사반을 운영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 시 방어 능력인 백신 항체 형성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전북도와 인접한 담양, 곡성, 구례, 영광, 장성 5개 군에서 사육된 도축장 출하 돼지 1500마리에 대해 긴급 혈청검사를 실시했다. 도축장 주변은 물론이고 돼지 집단 사육 단지와 방역 취약 지역에 대해 광역 방제 차량과 소형 소독 차량을 이용해 매일 소독하고 있다.
전남도와 함께 유일한 구제역 청정 지역인 제주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구제역 유입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하는 ‘특별 요청 사항 제4호’를 발령했다. 제주의 관문인 공항과 항만에서 방문객과 축산 관련 차량에 대한 소독이 한층 강화됐다. 모든 축산 및 양돈 농가에 대해 백신을 접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나 소독을 실시한 농가에서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가축 밀집 사육 지역 등을 중심으로 공수의사 등을 투입해 예찰을 강화하고 행정기관 및 공동방제단의 소독 차량을 동원해 방역 취약지 등에 대한 소독을 지원하고 있다.
○구제역 확산 방지 총력 대응
이날 전북 고창군 무장면 돼지 사육 농가에서는 강한 바람에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마지막 도살 처분이 진행되고 있었다. 988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던 이 농장에서는 14일부터 도살 처분 작업이 시작돼 이날 오후 늦게 남은 390마리가 모두 땅속에 매장됐다. 사육 시설 9개 동에 가득하던 돼지가 모두 사라지면서 농장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주민 강모 씨(89)는 “고창에서는 한번도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없어 남의 일로만 여겨 왔었다”며 “설 대목을 앞두고 돼지 반출이 금지돼 돼지 사육 농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11일 김제시 용지면에 이어 13일 고창군 무장면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추가 발생 신고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북도는 구제역 잠복기가 평균 2∼8일(최대 14일)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주가 구제역 확산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도는 이달 말까지 전체 사육 돼지 140만 마리에 대해 예방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로 하고 18일까지 39%에 대해 접종을 마쳤다. 12개 시군 36곳에 소독 시설과 통제 초소를 운영 중이다. 전북도는 23일 밤 12시까지 도내 사육돼지의 도외 반출이 금지됨에 따라 도축장 가동 시간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살아 있는 돼지는 반출하지 못하지만 도축된 돼지고기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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