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 국회 압박 나선 재계]
입법 지연속 추락하는 지역경제
조선업 줄파산에 통영 원룸 텅텅… 철강도시 광양도 “시장매출 급감”
경남 통영시는 한때 중형 조선소와 선체의 일부를 생산하는 블록공장들의 메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선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삼호조선(2012년), 21세기조선(2013년), 신아에스비(2015년) 등이 줄줄이 파산했다. 블록공장인 가야중공업도 법정관리 중이다. 자율협약 중인 SPP조선은 지난해 통영조선소를 닫고 사천조선소 1곳만 운영하고 있다. 신아에스비와 21세기조선이 자리 잡았던 봉평동 일대는 유령 도시가 됐다.
이 지역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2009년까지만 해도 인근 원룸촌에 보증금 500만∼1000만 원에 월세 50만∼70만 원짜리가 허다했지만 최근에는 보증금 200만 원, 월세 20만 원에도 방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식당 3개 중 2개는 문을 닫았고, 줄 서서 점심을 먹던 풍경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을 서랍 속에 넣어두는 사이 지역경제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 철강도시인 전남 광양시는 철강업계 부진으로 재래시장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김재근 광양5일시장 상인회장(49)은 “물건이 안 팔려 죽을 맛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15∼20% 줄었다”고 말했다. 상인 600여 명 중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이가 없다고 했다.
광양시민 15만3587명 가운데 1만1000명은 광양제철소나 협력업체 직원이다. 세계 철강산업 침체는 광양지역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광양시 한 관계자는 “철강산업 침체에 지역 기업 503곳이 근근이 버텨 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 조선기자재 기업이 밀집한 전남 영암군 대불공단은 전남 서부권 경제 75%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단지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시작된 조선산업 침체 분위기 속에 고용 인원마저 2013년 1만2943명, 2014년 1만2919명, 지난해 1만1171명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고창회 대불산단 경영자협의회장(57)은 “중소 조선소는 수개월 동안 일감이 없어 놀고 있을 정도로 지역경제에 빨간불이 커졌다”고 말했다.
부산 대표 기업인 한진중공업은 최근 수주 부진과 유동성 위기에 몰려 채권금융기관과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다. 부산지역 최대 산업단지인 강서구 녹산·화전산업단지에는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제조업체가 문을 닫거나 매물 공장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단지 공장 담벼락과 전봇대에는 ‘공장 매매·임대’ ‘공장 급매’ ‘공장 경매’ 등이 적힌 스티커와 전화번호 전단으로 도배가 돼 있을 정도다. 지역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나온 매물은 300여 개로 지난해 10월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산업수도’를 자처하는 울산도 마찬가지. 특히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는 ‘체감 불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대중공업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55)는 “식당을 한 지 20여 년째인데 지난해와 올해는 매출이 한창일 때의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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