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악담 쏟아내는 ‘불량판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03시 00분


이혼소송女에게… “부잣집 시집가서 다 누려놓고 얼마 더 원해”
서울변회, 법관평가 결과 발표
50점미만 ‘하위’ 18명 뽑아… 100점 만점 허익수판사 등 8명 ‘우수’

“‘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느냐,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느냐’고 판사가 이혼사건의 여성 당사자에게 폭언하며 조정을 강요했습니다.”(A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일 발표한 2015년 법관평가 결과에서 드러난 한 판사의 막말 사례다. 서울변호사회는 우수 및 문제 사례를 비롯한 법관평가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이번 평가에는 서울변호사회 전체 변호사 1만2758명 중 1452명(11.3%)이 전국의 법관 2851명 가운데 1782명(62.5%)을 평가했다. 법관 1782명이 받은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3.01점이었다.

평가 결과 95점 이상을 받아 우수 법관으로 꼽힌 판사는 8명이었다. 허익수 판사(사법연수원 36기)는 7명의 변호사로부터 모두 100점을 받아 1등으로 뽑혔다. 허 판사는 가사사건에서 장시간 조정을 하면서도 당사자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설득해 조정이 원만히 성립되도록 했다. 서울고법 정형식 부장판사(17기), 서울고법 여운국 판사(23기), 광주지법 목포지원 임선지 부장판사(29기), 춘천지법 원주지원 손주철 부장판사(29기), 서울중앙지법 송미경 판사(35기), 서울고법 김관용 판사(25기), 서울중앙지법 임정택 판사(30기)도 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

반면 5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아 하위 법관으로 뽑힌 판사는 18명이 나왔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조정 강요와 고압적인 태도, 막말이 주를 이뤘다. 한 판사는 피고인 등에게 “그래서? 그게 뭐?” 등 비존칭어를 쓰거나 “한심하다. 무슨 3류 드라마 같아서 실체적 진실을 찾을 가치가 없다”는 등 재판부의 예단을 드러냈다. 또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계속 거론해 피고인에게 피해자 이름을 노출시킨 판사도 있었다. 또 다른 판사는 법정에서 갑자기 판례번호를 불러준 뒤 해당 판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오라고 하는 등 고압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고 무리하게 조정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변호사회 이광수 법제이사는 “하위 법관의 비율이 2013년 10.58%에서 올해 3.24%로 감소하는 등 법관평가가 법정문화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들은 “법관평가가 단순히 주관적 설문에 기초해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고 법관의 독립적인 재판에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법관#판사#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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